[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지난 13년 동안 가격 인상 없이 라면값을 유지했던 오뚜기가 15일 인상 소식을 전했다. 이에 수년간 기존 가격을 고수했던 타 라면사도 움찔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선발주자 스타트에 라면업계가 가격인상 초읽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8월1일부로 진라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2008년 4월 이후 13년 4개월만이다. 진라면(순한맛/매운맛)은 684원에서 770원으로 12.6% 상승했다. 스낵면은 606원에서 676원으로 11.6%, 육개장(용기면)은 838원에서 911원으로 8.7% 오른다.
오뚜기 측은 최근 밀가루, 팜유와 같은 식품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라면업계는 ‘라면은 서민 음식’이라는 인식으로 지속적으로 오른 원재료 가격 부담을 떠앉고 있었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 가격을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올리면 소비자들의 반발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면업계는 점차 증가하는 원재료 부담을 계속 떠앉고 가기에는 부담이 크다. 실제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 FIS에 따르면 국제 밀 가격은 2017년 5월 1t당 158달러(한화 약 17만6700원)에서 지난 6월 260달러(29만760원)으로 상승했다. 4년 만에 100달러 가량 올랐다.
같은달 라면 원재료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팜유는 최고치를 찍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 기준 팜유 선물 가격이 이달 초 톤당 961달러를 기록, 2011년 8월 이후 최고가를 찍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오뚜기의 라면 가격 인상을 두고 라면업계의 본격적인 눈치게임이 시작된 모양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원재료 값 인상으로 라면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해 논의해왔지만 정확한 인상 시기를 정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월 대비 소폭 하락한 원재료 가격이 라면업계가 버틸 수 있는 산소통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달 9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1년 6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식량가격지수 따르면, 밀은 주요 생산국의 생산 전망이 개선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밀 재고량 전망치는 약 296만톤(1.8%↑)으로 예측됐다. 팜유는 계절적으로 주요 생산국의 생산량이 증가하고 신규 수입 수요가 부족해 가격이 내려갔다.
전문가는 올해 안으로 라면업계의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9일 보고서를 통해 “아직 판가 인상을 단행하지 않은 카테고리 중에서는 라면을 주목해야 한다. 라면은 원가 부담 뿐만 아니라 전년 역기저도 가장 크다. 마지막 판가 인상 시점이 2016년 12월인 점도 판가 인상 가능성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앞서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원재료 및 인건비 상승 부담에도 가격 인상이 미뤄지며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 3사 매출 총 이익률은 25% 대까지 하락했다”며 ”원가 상승 부담으로 라면 업계의 연내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