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학대에 관한 이야기, 고통스럽지만 중요하다” (플로렌스 퓨)
주인공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와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는 어린 시절 레드룸에 납치돼 비밀 병기로 길러졌다. 레드룸은 전 세계에서 어린 소녀들을 약탈한 뒤 그들의 신체와 정신을 통제해 살인 도구로 만들었다. 플로렌스 퓨는 “‘블랙 위도우’는 여성 학대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는 전 세계에서 도둑맞은 소녀들의 이야기이고, 그들이 어떻게 8세에 타의에 따라 자궁적출술을 받았는지를 말한다”며 “고통스럽지만 중요한 이야기”1)라고 강조했다.
4분여 분량의 오프닝 시퀀스는 레드룸이 소녀들을 어떻게 억압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현실에서 벌어지는 아동 납치와 착취를 떠올리게 만든다. 케이트 쇼트랜드 감독은 “다음에 우리가 뉴스를 볼 때, 아마도 몇 가지 문제를 조금 더 생각하게 될 것”2) 이라고 말했다. 해당 장면을 통해 관객이 현실 세계 속 아동 대상 범죄에 관심을 갖도록 의도했다는 의미다. 그는 나타샤와 태스크마스터(올가 쿠릴렌코)와 다리 위에서 싸우는 장면을 만들면서도 현실 여성들을 끊임없이 상기했다. 쇼트랜드 감독은 “거리 위에서 공격당하는 여성을 계속 생각했다”며 “그 장면을 껄끄럽게 느끼도록, 다른 사람이 (폭력 희생자에) 이입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3)고 말했다.
■ “고난 속에서 여성이 다른 여성을 돕고, 일으켜 세우는 이야기” (스칼렛 요한슨)
‘블랙 위도우’에서 여성들은 서로를 구원하며 성장한다. 레드룸이 세뇌한대로 행동하던 옐레나는 다른 위도우의 도움으로 자기 자신을 되찾은 뒤, 레드룸에 갇힌 다른 위도우들을 도우려 애쓴다. 스칼렛 요한슨은 “고난 속에서 여성이 다른 여성을 돕고 일으켜 세우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쇼트랜드 감독에게 무척 중요했던 것 같다”4)고 짚었다. 올가 쿠릴렌코는 “마침내 모든 여성이 한데 모여 무척 좋았다”며 “오늘날 우리가 겪는 일이 영화에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여성 커뮤니티에서 여성들이 서로를 더 많이 받아들이고, 함께하고, 돕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5)고 말했다.
옐레나가 그랬듯, 나타샤 역시 다른 여성들과 복잡하고 뜨거운 감정을 나눈다. 나타샤가 자신의 과오를 마주보고 자기 자신을 다시 세울 수 있도록 도운 이들도 그 주변의 여성이었다. 쇼트랜드 감독은 “나타샤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한 일의 진실을 알게 하고, 그가 저지른 잘못에 답을 준다. 그들은 나타샤에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너는 자신을 용서해야 해’라고 말한다”며 “영화가 끝날 무렵, 나타샤는 다시 완전한 존재가 된다. 자기 자신을 재건한 것”6)이라고 설명했다.
■ “영화 속 사람들을 피해자가 아니라 생존자들로 생각했다” (케이트 쇼트랜드)
플로렌스 퓨는 영화 개봉에 앞서 “전 세계 여성과 소녀들이 ‘피해자가 학대에 맞서는 이야기’를 보게 돼 무척 흥분된다”7)고 말했다. 쇼트랜드 감독 역시 국내 언론과 간담회에서 “처음부터 우리는 영화 속 사람들을 피해자가 아니라 생존자들로 생각했다”며 “사랑도 받고 고통도 받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머를 사용해 트라우마를 얘기”8)하려 했다. 나타샤와 옐레나가 레드룸에서 강제로 자궁적출술을 받았던 경험을 두고 농담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에릭 피어슨 작가가 월경에 관한 고약한 농담을 대본에 쓰자, 쇼트랜드 감독이 스칼렛 요한슨, 플로렌스 퓨와 머리를 맞대 유머러스한 반격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블랙 위도우’는 스크린 바깥 관객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플로렌스 퓨는 “여전히 영화 속 여성들이 어떻게 학대당했는지를 더 논의해야 한다”9)고 짚었다. 쇼트랜드 감독은 “나타샤와 옐레나는 레드룸 시스템이 자신을 무너뜨리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시스템을 비웃을 수 있다”며 “젊은 사람들, 특히 젊은 여성이나 괴롭힘을 당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말하기를 바란다”10)고 밝혔다.
*인터뷰 출처: 1) 토털 필름 2) 버라이어티 3) 코믹북닷컴 4) 엠파이어 5) 에스콰이어 6) 헐리우드 리포트 7) 토털 필름 8) 폴리건 9) 토털 필름 10) 인버스
wild37@kukinews.com / 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