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성매매, 문제는 구매자야

② 성매매, 문제는 구매자야

기사승인 2021-07-17 06:00:03
① 성매매, 문제는 업주·건물주야
② 성매매, 문제는 구매자야
③ 성매매, 불법화·합법화 다 문제야
④ 무한 부활 ‘아찔한밤·밤의전쟁’‥ 디지털 카르텔 남은 과제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경기도를 중심으로 성매매 집결지 폐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의 처벌 여부, 이들이 받게되는 정부 지원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성매매피해자지원 현장 활동가들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놓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작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 이들은 ▲성매매 피해자를 착취해 이윤을 취한 성매매 업주 ▲그런 업주에게 높은 임대료를 받으며 성매매 산업에 일조한 집결지 건물주 ▲모든 문제의 발단 성구매자이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둘러싼 진짜 쟁점을 여성인권 전문가들과 짚어봤다. 송경숙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장, 김민영 다시함께상담센터 소장,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 후스케 마우 독일 성매매피해자인권운동 단체 네트워크엘라(Netzwerk Ella) 설립자의 도움을 받았다.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성매매 범죄의 발단은 성구매자다. 성구매자의 지속적인 수요가 범죄를 ‘산업화’했다. 업주가 피해자에게서 걷어가는 돈과 건물주가 매달 챙기는 수백만원의 임대료는 모두 성구매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성매매특별법 제21조 1항에 따르면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김민영 소장: 성구매자는 성매매 범죄 시스템의 ‘마르지 않는 자금 공급원’이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성매매 피해자에게 비자발성을 추궁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 사회경제적 위기에 놓인 여성이 성매매에 유입되는 환경을 조성한 사람이 누구인지 직시해야 한다. 자발의 잣대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적용해야 한다. 

송경숙 센터장: 성매매 집결지 해체 과정에서 사회적 시선이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게 몰린다. 마치 그들 때문에 성매매 집결지가 생겨난 것처럼. 하지만 성매매 업계의 근본적인 원동력은 강력하고 적극적인 수요다. 그래서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1차적인 작업으로 집결지 해체가 단행되는 것이다. 성매매 피해 여성을 위한 자활 대책이 중요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성구매자들의 수요는 집결지가 해체돼도 상존한다. 피해 여성들에게 실효성 있는 탈성매매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성매매 재유입 위험이 크다. 

◆피해자들의 탈성매매가 성매매 범죄 근절의 중대 과제로 꼽힌다. 피해자는 성매매 범죄의 유일한 증인이다. 문제는 법률이 증인의 입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 21조 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사람을 처벌한다.

이하영 대표: 피해자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강요에 의해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성매매특별법에 선불금, 빚, 감금과 폭력의 증거 등 성매매 피해자의 조건이 나열됐다. 그런데 성매매 피해자에게 이런 환경은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다. 본인이 스스로 성매매를 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괜한 말을 했다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적극적으로 진술하지 못하는 피해자도 있다. 피해자지원단체로부터 법률지원을 받지 못한 이들은 대부분 피해자임을 입증하지 못해 벌금형을 받는다. 벌금을 납부하기 위해 성매매에 재유입되는 악순환이다.

◆인권중심적 시각을 적용해 성매매특별법을 수정해야 한다는 여성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성매매 범죄에서 구매자·업주·광고업자 등을 처벌하고, 성을 판매한 당사자는 처벌하지 않는 ‘노르딕 모델’이 청사진이다.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노르딕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다. 

이하영 대표: 노르딕 모델은 금지주의(불법화)와 비범죄화(합법화)로 갈라지는 이분법적 성매매 담론을 벗어나는 제3의 정책기조다. 피해자 비처벌과 탈성매매 프로그램이 노르딕 모델의 핵심 요소다. 성매매를 권력과 위계에 따른 폭력으로 이해하고, 폭력의 피해자에게 자발성을 추궁하지 않는다. 대신 탈성매매를 위해 생활지원, 치료, 직업교육 등을 제공한다. 노르딕 모델은 ‘성매매에 유입된 여성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연합(UN) 여성차별 철폐위원회의 권고에 부합한다. 

우리나라의 성매매 관련 정책은 이도저도 아닌 특수 케이스다. 성매매특별법 중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은 성매매에 자발적으로 연루된 사람은 모두 처벌한다. 그런데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비자발적으로 연루된 사람을 피해자로 보고 탈성매매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두 법률이 상충하는 애매한 상태다. 성매매특별법의 도입 취지는 성매매 범죄 근절과 피해자 보호다.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성매매 피해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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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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