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오는 2022년부터 아파트 단지명을 기존 ‘꿈에그린’에서 ‘포레나’로 교체할 경우 브랜드 사용료를 부과키로 했다. 기존 꿈에그린 거주자들을 중심으로 브랜드 교체 요구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포레나는 한화건설이 지난 2019년 새롭게 론칭한 아파트 브랜드다. 이전에 사용하던 꿈에그린 브랜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한화건설에 따르면 브랜드사용료는 변경 시점에 1회 납부하는 개념이다. 2021년 이전에 단지명 변경 승인된 단지들은 브랜드 사용료를 납부하지 않는다. 브랜드 사용료는 내부적으로 검토된 요율에 따라 부과될 예정이다. 한화건설은 브랜드 관리를 위해 교체 단지를 연간 6개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연간 6개 단지의 변경 승인건이 완료되면 이후 신청 단지의 심사는 이듬해로 넘어가게 된다.
기업과 기업 사이 브랜드 거래도 이뤄진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월 현대건설에게 힐스테이트 브랜드 사용료 59억5600만원을 지불했다. 지난해 사용료인 52억8000만 원과 견주면 12.6% 증가한 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통해 창출한 연 매출의 0.4%를 사용료로 지불한다. 현대차그룹 계열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07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엠코타운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했었다. 현대엠코와의 합병 이후인 2014년 9월부터는 현대건설과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공유키로 했다.
이처럼 국민들과 건설사가 아파트 브랜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결국 분양 성적과 집값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청약시장에서 10대 건설사가 공급한 브랜드 아파트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부동산114 에 따르면 지난해 1월~10월 전국에서 분양한 단지 중 1순위 청약통장이 가장 많이 몰린 상위 10개 단지 중 9개 단지(컨소시엄 포함)가 10대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였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분양한 322개 단지 중 1순위에서 1만개 이상 청약통장이 몰린 곳은 83곳에 불과한데, 이 중 10대 건설사가 공급한 단지는 51개 단지에 달했다.
아파트 브랜드가 집값과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조사결과도 있다. 지난해 부동산114와 한국리서치가 전국 성인남녀 43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5%가 건설사와 브랜드 가치가 아파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또 지난 2012년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아파트 브랜드가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 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상위브랜드 아파트의 가격상승률은 70.96%, 하위브랜드 아파트의 가격상승률은 37.42%로 나타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능력은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이제 브랜드파워 싸움이다. 어떻게 이미지를 제고하느냐에 따라 브랜드 선호가 결정되고 이는 집값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재건축 단지의 경우 어떤 건설사의 브랜드가 들어오느냐에 따라 향후 집값이 결정된다고 보는 만큼 각 건설사별 브랜드 조건을 살핀다”며 “아파트 분쟁 등에 있어서도 주민들이 브랜드를 바꿔주는 것을 조건으로 분쟁을 무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단지의 인기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장기화와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경기가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두드러짐에 따라 수요자들이 보다 안정적이고 신뢰도 높은 브랜드 상품을 찾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는 아파트의 가치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면서 “최근 정부의 규제로 똘똘한 한 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브랜드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는 브랜드 아파트에 더욱 몰릴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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