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평소 ‘티클 모아 태산’이라는 문구가 생활신조라는 직장인 조모(30)씨. 그는 최근 지인 추천으로 ‘폐지줍기’에 빠졌다. 느닷없이 젊은 사람이 왜 폐지줍기에 나섰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생활이 많이 어렵나”라는 걱정은 금물이다. 그의 폐지줍기는 조금 남다르기 때문이다.
일명 ‘디지털폐지줍기’가 최근 MZ세대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MZ세대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는 모바일을 먼저 사용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기도 한다.
MZ세대가 주목한 디지털폐지줍기는 길거리에 버려진 박스, 종이를 주워 모아 고물상에 판 뒤 소액 생활비를 버는 폐지줍기에서 비롯됐다. 여러 기업은 웹 페이지나 각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포인트 적립이나 쿠폰 이벤트를 연다. 성실히 이벤트에 참여한 뒤 지급되는 포인트, 쿠폰을 챙겨 생활비를 번다고 해서 폐지줍기라는 별명이 붙었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는 데에서 앱테크라고 불리기도 한다.
디지털폐지줍기, 앱테크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하나의 재테크로 통한다. 76만명 회원 수를 보유한 한 재테크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앱테크 카테고리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본인이 참여한 앱테크 방법 소개는 물론, 부수입까지 공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네이버 영수증 리뷰’다. 네이버는 ‘MY플레이스’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MY플레이스는 영수증 인증내역 서비스다. 한 가게를 방문한 뒤 영수증을 받은 고객이라면 MY플레이스 ‘방문’ 카테고리에서 자신의 영수증 사진을 첨부한 뒤 후기를 남길 수 있다. 첫 방문 고객이라면 50원이 네이버페이에 적립된다. 재방문 인증은 10원이다. 하루에 최대 5회까지 방문 인증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운동하면 리워드를 제공하는 앱테크도 있다. 토스 만보기다. 토스는 걸음 수에 따라 보상을 제공한다. ▲나 혼자 걸음 걷기 10원 ▲나 혼자 1만보 걷기 30원 ▲친구들과 합산 3만보 20원 ▲친구들과 합산 5만보 40원 등이다. 하루 최고 수익은 100원이다. 토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친구를 초대한 뒤 함께 참가할 수 있다.
광고를 보면서 적립금을 쌓는 방법도 있다. ‘캐시슬라이드’다. 잠금화면에서 적립 광고를 본 뒤 잠금을 해제하면 적립금이 쌓인다. 캐시슬라이드 애플리케이션에 쌓인 적립금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디지털폐지줍기는 MZ세대에게 장기를 이용한 용돈벌이 수단이다. 20대 중반의 나이인 A씨는 “한 푼이 아쉬운 빈곤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20대에게 스마트폰은 장기나 다름없다”며 “예쁘다고 천 원 한 장 손에 용돈 쥐어본 지도 초등학생 이후로 한참 오래됐다. 디지털 폐지줍기 한 돈으로 커피를 사 마실 거다”라면서 디지털폐지줍기에 나선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주부들 사이에서도 디지털폐지줍기는 핫이슈다. 또래 주부들과 자주 모임을 갖는다는 손모(30)씨는 “주부들끼리 모인 단체 카톡방에서는 요새 디지털폐지줍기가 유행”이라며 “포인트, 쿠폰 지급 이벤트가 있을 때면 서로 일정을 공유하는 게 하루 업무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하루에도 3건 이상 이벤트 일정에 참여한다는 손씨는 “지급받은 쿠폰으로 고기를 정상가 대비 80%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경험이 있다”며 “여러 번 돈을 아끼다 보니 지난달에는 전달 생활비 지출의 40%를 줄였다”고 자랑했다.
MZ세대 사이에서 앱테크가 유행하기 시작한 이유는 체험과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그들만의 세대 특징이 컸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보상 심리뿐 아니라 MZ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자기만족, 체험을 중시하는 특징이 있다”며 “큰 리워드가 아니더라도 작은 보상과 자기만족이 있다면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타 세대에 비해 MZ세대는 ‘한탕, 대박’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이기도 하다”면서 “본인이 쌓은 노력으로 눈에 바로 드러나는 리워드에 효용감을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업에서는 다양한 앱테크 서비스를 론칭해 주 소비층으로 급부상 중인 MZ세대 고객 모시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플랫폼에서는 많은 사용자가 유입돼 유의미한 정보를 남겨야 이게 곧 사업이 된다”면서 “이벤트에서 고객이 남긴 지역, 가게, 소비 종목 등이 추후 사업 계획에 기반 데이터가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이벤트를 통해 플랫폼을 경험한 소비자는 이후 플랫폼 서비스에 안착하게 된다”며 “이에 앱테크 마케팅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앱테크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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