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은빈 기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을 둘러싼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당과의 합당 협상을 오래 지속해 왔고 길게 끌 이유가 없다”며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가 합당을 위해 만남을 제안한다면 언제든 버선발로 맞을 것이지만 시한은 다음 주로 못 박겠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휴가를 이유로 협상 데드라인을 ‘다음 주’로 잡았다. 그는 “다음 주가 지나면 저는 휴가를 간다. 휴가 이후에는 안 대표를 봬도 (경선) 버스 출발 전까지 제대로 된 합당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갖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 대표는 “제가 안 대표를 예우하는 것은 대선주자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라며 “국민의당 인사들은 ‘이준석이 대표가 되면 합당은 없을 것’이라는 호쾌한 이야기로 전대에 개입했다. 그런 상도의를 벗어나는 개입에도 합당에 의지를 보이는 것은 대의를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합당 협상 압박에 국민의당은 굳은 표정이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연일 국민의당을 압박하는 것은 좋은 자세가 아니다. 당원과 지지자들은 매우 고압적인 갑질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안 대변인은 “자신의 휴가 일정을 이유로 합당 시한을 일방적으로 정해 통보하는 모습에서 합당의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며 “제1야당 진정성의 무게가 깃털처럼 가볍고 포용성이 벼룩 간만큼 작아 보인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4·7 재보선에서 누구보다 힘을 다해 도와 가장 큰 성과를 빚어낸 정당이자 합당 상대인 정당·당대표에 예의를 갖추어 달라”며 “국민의당은 정권교체라는 열망을 실현하고자 최선의 방안을 고민하고 모색할 것이다. 적정한 시점에 국민께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협상을 빨리 하자는게 왜 고압적 갑질인가. 지지율 1위하는 제1야당에게 당명 바꾸라고 요구하면서 대화를 거부하는 게 갑질”이라고 맞받았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은 상대 당 대표에게 벼룩의 ‘간’ 같은 소리 말고 협상에 임하라”며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기 위해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실무협상단의 합당 논의는 사실상 결렬된 바 있다. 이들은 27일 당명 변경, 야권 대선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위원회 설치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 측은 “통합을 전제조건으로 하니까 합당이 안 되는 것”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국민의당 측은 “국민의힘은 국민의힘의, 국민의힘에 의한, 국민의힘을 위한 합당을 추진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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