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주 소말리아 한국 대사관에 소속된 강대진 참사관이다. 안기부 요원에서 사실상 좌천된 강대진은 예민함과 냉철한 판단력을 겸비한 인물이다. 한신성(김윤석), 태준기(구교환) 등 남북 주요 인물과 접점이 있는 만큼 캐릭터마다 달라지는 관계성을 보여줘야 했다. 때문에 조인성은 연기로 앙상블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갖고 작품에 임했다. 촬영이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된 만큼 함께한 배우들은 새로운 가족이 됐다. 서로 간에 호흡도 자연스럽게 맞춰졌다.
“영화는 모든 배우와 호흡을 맞춰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이잖아요. ‘모가디슈’는 김윤석 허준호 등 선배들이 중심을 잘 잡아준 덕에 제 할 일만 해내면 됐어요. 덕분에 단순한 마음으로 현장에 있기만 하면 충분했죠. 인물들과 부딪히며 나오는 새로운 관계성에 집중하려 했어요. 김윤석 선배와 함께 연기한 건 감동이었고요. 선배가 잘 이끌어준 덕에 모든 후배들이 빛났다고 생각해요.”
완성된 결과물은 놀라웠다. 현실감부터 박진감까지 고루 갖춘 만큼 영화는 호평을 받으며 순항하고 있다. 조인성은 “류승완이기에 가능했던 영화”라면서 “시나리오가 그대로 재현된 현장이어서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류승완 감독이 현장을 아울렀다면, 김윤석은 조인성이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들의 도움을 받아, 조인성은 영화에 숨통을 트는 여러 장면을 만들어냈다. 연기하며 ‘마블’ 시리즈의 아이언맨을 염두에 두기도 했다. 그렇게 조인성은 ‘모가디슈’에 쉼표와 갈등 상황을 도맡아 활약했다.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한 그지만, 최근 예능 프로그램과 유튜브 등에 등장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시장이 침체된 만큼 대중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다. 작품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그는 “캐릭터만 괜찮다면 작은 역할이라도 출연해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배우로서 방향성을 한 쪽으로 정하기보다는,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더욱 지향하게 됐다.
“극장에 찾아오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이제는 제가 안방으로 어떻게 찾아가는 게 좋을지를 고민하게 됐어요. 그 연장선상에서 tvN 예능 ‘어쩌다 사장’을 하게 된 거고요. 물에 빠진 김에 진주 캔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 역시도 이런 상황이 됐으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더 생각하게 됐어요. ‘모가디슈’를 촬영할 때도 생각이 많았는데, 김윤석 선배가 응원한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 한 마디에 용기가 생겼어요. 지금은 고민하기보다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커요.”
그를 괴롭히는 건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조인성은 “일을 오래 하다 보니 못한다는 말을 듣는 게 더 두렵다”면서 “그냥 하면 되는데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신인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 없이 고민만 많다”고 자조하던 그는 “어릴 땐 20년차 정도가 되면 연기가 쉬워질 것 같았는데 그렇지도 않더라”며 웃었다. 자기 자신을 괴롭히던 순간들은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조인성을 만들었다.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목표는 데뷔 23년차인 그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이다.
‘모가디슈’로 40대를 열게 된 조인성은 확장을 꿈꾼다. “더욱 다양한 작품으로 인사드릴 것”이라며 힘주어 말하던 그는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와 예능으로 자유롭게 대중과 만나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최근 그가 보여주는 다작 행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조인성은 “지금 열심히 농사를 지어놨으니, 내년이나 내후년엔 수확의 계절을 맞을 것 같다”며 눈을 빛냈다.
“시대의 흐름이 계속 바뀌고 있어요. 다양한 채널이 늘어가고 있으니 콘텐츠 시장도 점점 커질 거라 생각해요.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똑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아야겠죠. 시대에 발맞춰 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모든 건 좋아지려고 변화하는 것 아닐까요? 저 역시도 이제 40대가 됐으니, 다양한 채널에서 저를 더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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