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발생하는 안전사고
업계에 따르면 이달 5일 경기 고양시 현대건설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1명이 굴착기 장비에 깔려 사망했다. 이 사고는 현대건설이 고용부로부터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받은 지 불과 사흘 만에 벌어진 것이다. 이로써 올해 현대건설 공사현장에서는 노동자 4명이 사망사고로 숨졌다. 현대건설은 지난 10년 동안 50명이 넘는 노동자가 숨졌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현대건설의 안전보건 예산 편성 규모와 집행 규모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협력업체 지원과 안전 교육을 위한 예산 집행은 부족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안전보건 관리자 500여명 중 정규직이 39%에 그치고 다른 직군의 전환 배치도 잦아 책임감 있는 업무 수행이 어려운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현대건설의 산안법 위반 301건 중 25건을 사법 조치하고 274건에는 과태료 5억6761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비단 현대건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고용부는 지난 3월 이후부터 현대건설뿐만 아니라 대우건설, 태영건설의 본사와 전국 현장도 감독했다. 대우건설과 태영건설에서는 각각 203건, 59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산업안전보건본부의 역할은
정부에서는 근본적인 사고 원인을 막기 위한 구조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산업안전보건본부다. 지난달 출범한 산업안전보건본부는 산업재해의 감축을 위해 노동부의 기존 산업안전예방보상정책국을 대폭 확대 개편한 기구다.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 예방을 위한 업무를 수행한다. 내년 1월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도 담당하게 된다. 관리·감독 업무를 넘어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 수사를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업무를 맡는다. 단순 기업 처벌에 그치지 않고 사고 원인을 파악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건설사들 사이에서도 구조 개선을 위한 바람이 불고 있다. 고위험 현장에 드론이나 로봇을 투입하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구조 개선을 위해 시스템을 재정비 중이다. 현대건설은 협력사 신규 등록 및 갱신 시엔 안전 분야 평가 점수를 기존 5%에서 20%로 4배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협력사 안전관리 역량 제고를 위해 안전 부적격 업체는 신규 등록 및 입찰참여를 제한하기로 했다. 일정 점수를 밑돌면 등록 취소를 검토하는 등 안전 평가 불량 업체에 대한 제재도 강화할 방침이다.
인센티브제도 마련했다. 안전관리 우수 협력사에 포상 물량을 총 5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여기에 자금 집행에 대한 부담으로 다수의 협력사가 선집행금을 포기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선지급한 안전관리비에 대한 반환보증서를 징구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부터 현장 준비 단계부터 협력사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하도급 계약상 안전관리비의 50%를 먼저 지급하는 ‘안전관리비 50% 선지급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협력사의 안전관리비용 집행에 대한 부담을 줄여줘 부담 없이 공사 초기부터 현장 안전을 꼼꼼하게 관리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단순 기업 처벌만으로 그치는 것을 넘어 현장 사고 발생 근본 원인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구조 개선이 일어난다면 앞으로 현장 내 사고는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업계에서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도약할 수 있는 단계가 되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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