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당 대선 경선준비위원회가 준비한 예비후보 토론회 불참을 예고하면서 ‘자질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간보기·전언 정치’로 비판을 받았던 윤 후보가 당이 준비한 검증대를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정치인 윤석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서병수 국민의힘 경준위원장은 10일 “예비 경선 정책토론회를 8월 18일 수요일, 또 8월 25일 수요일 이렇게 두 차례에 걸쳐서 한다”고 밝혔다. 경제 정책을 비롯해 사회, 외교·안보·통일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경선 흥행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토론회 불참에 대한 패널티(벌점)는 없다. 서 위원장은 “(토론회 일정을) 통보해서 참석 여부를 확인하고, 간곡하게 ‘참석해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리겠다. 등록한 분 전체가 다 참석하는 게 저희의 바람”이라면서도 “패널티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토론회는 당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은 주자들도 참석 대상에 포함된다.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김태호 박진 심동보 안상수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윤희숙 장기표 장성민 최재형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가나다순·직함 생략) 등 14명이다. 유승민, 홍준표 등 일부 후보 측은 토론회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밝혔다.
윤 후보 측은 경선위의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절차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대선후보 등록을 진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준위가 토론회를 주최하는 것은 당헌·당규에서 주어진 권한을 넘어선다는 지적이다.
윤 후보 캠프 총괄실장인 장제원 의원은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례도 없는 행사를 왜 하나. 전례도 없는 행사를 하게 되면 더더욱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토론회 참여하고 본 경선에 등록을 안 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모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준비가 덜 된 윤 후보가 토론회에 등판해 후보 자질 시비가 붙을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윤 후보는 정치 참여 선언 이후 ‘120시간 노동’, ‘후쿠시마 원전수’, ‘불량식품’ 등 실언이 이어지며 여권에선 ‘연쇄망언범’이라는 별명까지 붙인 상황이다. 윤 후보의 망언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그의 지지율은 크게 흔들렸다.
윤 후보의 토론회 보이콧 움직임에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의 상황실장인 오신환 전 의원은 “1차 후보들 모임 때 만장일치로 토론방식을 많이 채택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것을 거부하고 회피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다”라고 의문을 표했다.
대선후보 자질에 대한 의구심을 표현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김웅 의원은 “토론회를 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선택해야 하는가”라고 직격타를 날렸다. 홍준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연일 1일 1 실언으로 당 지지율조차 까먹게 하는 것을 반성하셔야지, 정치가 그리 쉽고 만만한 것으로 알았는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토론회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던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준비가 안 됐으면 준비한 다음에 (대통령 선거에) 나와야 한다. 최근 준비 부족이라든지 자질 미달 등 논란이 불거지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국민들 앞에 무제한 토론과 검증을 통해 국민에게 판단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예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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