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은빈 기자 =질병관리청이 ‘정치방역’ 논란에 휩싸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7.3 집회를 강행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재확산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질병청의 미흡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질병청 소속 공무원들이 민주노총 인사들과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이 질병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질병청 공무원 4명(과장급 1명, 사무관 1명, 연구관 2명)은 지난달 19일 민주노총 측 인사와 정보 공유 차원에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만들었다. 질병청이 민주노총에 ‘진단검사 이행 행정명령’을 고시한지 이틀 뒤다.
해당 채팅방에 참여한 질병청 공무원 중 한 명은 청장 직속 중앙역학조사반장으로 확인됐다고 최 의원은 전했다. 그는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른 공식 조사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사적인 채팅방에서 조사 대상과 부적절하게 역학 조사에 대한 정보 공유를 한 것이 문제”라고 날을 세웠다.
심지어 질병청이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의 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를 사적인 루트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 의원에 따르면 집회 참가자의 검사 결과를 공문이 아닌 질병청 역학조사 담당자 핸드폰 문자로 제출받았다.
지난해 보수단체가 주최한 광복절 집회에 대한 방역당국의 대응과 비교하면 논란은 더욱 커진다. 광복절 집회 당시 방역당국은 지난해 8월 통신사에 기지국 접속 정보까지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조사한 바 있다.
결국 민주노총 집회 대응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질병청은 민주노총 집회 전체 참가자 명단을 아직까지 제출받지 않았다. 당시 집회 참가자는 8000명으로 추산됐지만 4701명만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민주노총 측은 이외 추가 검사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민주노총 측이 제출한 검사결과서도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 의원은 “민주노총이 제출한 자료는 ‘숫자만 적힌 표 한 장짜리 검사 결과서’다. 보건소 또는 선별진료소 검사결과 개별 통지 문자 등 결과를 증빙할 수 있는 자료가 없음에도 질병청이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이 제출한 자료에는 참석자 명단을 제외한 검사인원수, 음성인원수 등 숫자만 적혀있다는 설명이다.
최 의원은 민주노총이 진보단체기 때문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1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작년 광화문 집회 때 정부는 참가자들을 살인자라고까지 규정하며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이번 민주노총 집회와는 의지가 다르다. 진보 진영이라 관대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당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광화문) 집회 주동자들은 살인자”라고 말해 파문이 인 바 있다.
질병청은 민주노총 집회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다르게 대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12일 쿠키뉴스에 “역학조사 결과 집회를 통한 확진자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참석자 명단을 따로 받지 않았다. 광화문 집회는 집회를 통한 전파가 확인된 상황이라 통신정보 조회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26일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 중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추정 감염 경로는 집회가 아닌 음식점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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