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혐의를 정부 심의를 받던 쿠팡이 당초 논의됐던 수위보다 낮은 제재를 받았다. 전원회의에서는 60~70억 수준의 과징금과 고발 조치가 거론됐지만 시정명령과 절반 수준의 과징금만 받은 것. 해당 사건 공정위 심판관은 쿠팡의 현실적인 납부 능력이 반영된 것 같다고 추측했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쿠팡의 네 가지 법 위반 혐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쟁 온라인몰 판매가격 인상 요구 △마진손실 보전을 위해 광고 요구 △판매촉진비용 부담 전가 △기본 계약에 약정 없는 판매장려금 수취 등이다. 이같은 혐의로 쿠팡은 32억9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쿠팡 제재를 심의했던 공정위 심판관 측은 이달 11일 전원회의에서 고발을 검토한 바 있다.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가격 인상 요구가 경영간섭행위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남용 중 경영간섭행위는 형벌 조항에 해당한다.
최종 위원회 판단에서 쿠팡 고발이 빠졌다. 해당 사건 심판관인 조홍선 공정위 유통정책관은 "경영간섭행위 관련 과거 심결례에서 고발 조치가 내려진 경험이 있는지 여부 등을 살펴 합리적으로 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반 토막 난 과징금에는 쿠팡의 현실적인 납부 능력이 반영된 것 같다고 조 정책관은 내다봤다. 그는 "의결서가 최종 나와봐야 (과징금 금액을) 알겠지만 현실적인 능력이 없다는 이야기 아니겠느냐. 그래서 감안 조정되지 않았나 싶다"고 이야기 했다.
앞서 쿠팡 측은 당사 재무 상황을 고려해 과징금 산정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11일 전원회의 심판정에 선 쿠팡 측 대리인은 "순손익이 나지 않는 회사 구조상 과징금 산정에 이를 고려해달라"고 강조했다.
또 "신규 유통사업자가 등장하면 독과점 대형 기업들이 내놓는 비슷한 루틴의 문제제기 방식이기도 하다"며 되레 LG생활건강의 공정위 신고를 지적하기도 했다.
쿠팡에 입점한 LG생활건강은 경제적 이익 제공 등 부당한 요구를 받았다며 지난 2019년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신고했다.
이번 쿠팡 제재에 대해 LG생활건강 측은 "공정위 심의결과는 양사가 상생 발전을 위한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고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하라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며 "LG생활건강은 양사가 윈-윈(win-win)하는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쿠팡 측은 법원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쿠팡 측은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가 과거 신생유통업체에 불과한 쿠팡이 업계 1위 대기업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 판단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유통업자와 대기업 납품업자 간 지위를 따져 본 첫 사례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자(백화점, 마트 등)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납품업자, 해외명품 브랜드 납품업자 등에 대해 거래상 지위를 인정한 심결례 및 판례는 다수 있었다. 본 건처럼 온라인 유통업자와 대기업(또는 인기 상품을 보유한) 제조업체 간의 거래상 지위 인정 여부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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