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갑자기 채용이 취소됐대요. 회사 근처에 집도 구했는데…”
누군가에게 특별하게 발생한 일이 아니다. 우리 주변 청년들이 겪고 있는 구직 현실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 이후 ‘채용 취소’ 실태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갑작스러운 채용 취소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26일 청년세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채용을 취소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2020년 네이버 지식인 내 ‘채용 취소’ 키워드 검색량은 158건으로 전년(87건)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청년유니온이 지난 5월 4일부터 6월 10일까지 약 한 달간 ‘채용 취소사례 제보센터’를 운영한 결과, 총 23건의 채용 취소사례가 확인됐다.
현장에 있는 청년구직자들도 채용 취소가 증가하고 있다고 느꼈다. 청년유니온이 지난 5월 5일부터 6월 9일까지 구직경험이 있는 전국 청년 28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82.1%가 ‘코로나19 이후 채용 취소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채용 취소에 대해 듣거나 실제 취소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72.9%에 달했다.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채용 취소사례는 ‘기업의 일방적 취소 통보와 채용 지연’이었다. 청년 A 씨는 “4월에 입사하기로 했다가 회사에서 5월로 (입사가) 미뤄졌다고 연락해서 동의했다”며 “최종 출근 날짜를 확정하고 각종 채용서류를 준비했는데, 며칠 뒤 회사 인사과에서 개인 전화로 채용 취소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너무 억울하고 이제까지 수입이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다.
교육 과정 중 채용 취소를 통보받은 사례도 있었다. 청년 B 씨는 “3주간 교육을 들었는데 갑자기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며 “내부 인원 조정으로 일부 교육생만 합격시킨다는 이유였다”고 했다. 이밖에 코로나19로 인한 채용취소 통보, 이직 과정에서 채용 취소 통보로 인한 피해 사례 등이 있었다.
채용 취소를 경험한 청년들은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 청년유니온 채용 취소 제보센터에 제보한 청년 C 씨는 “어디에서든 나를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정신적 충격, 자존감 하락, 우울, 자괴감, 허탈감 같은 감정이 들고 구직 의욕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 D 씨는 “정신적 충격으로 몇 개월 동안의 휴식기가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상황에도 청년들이 도움받을 방안은 사실상 전무했다. 김강호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제도적 보호가 사실상 전혀 없는 상태에서 채용 취소를 당한 사람들이 모여 스스로 해결하거나 알음알음 헤쳐나가는 구조”라며 “각자도생과 자구책으로 버티고 있는 청년들에게 제도와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유니온은 빈번해진 채용실태를 꼬집으며 해결책을 제시했다. 먼저 ‘채용 취소로 입은 피해를 보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으로 법 제도화를 제안했다. 합격통보를 근로계약의 성립이라고 보았던 과거 사례를 법 제도화(명문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채용 취소로 경제적 피해를 본 구직자에게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인사담당자에게 채용을 취소했을 시 법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구직자는 채용 취소가 부당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대응할 방법을 찾기에는 취업준비로 그럴만한 여력을 내지 못한다”며 “채용 취소가 해고에 준하는 행위라는 직관적인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구직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을 향해선 ‘대응 부족’을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통화에서 “(청년 채용 취소와 관련한) 조사가 전무했다. 정치권의 노력이 전혀 없다고 보면 된다”며 “첫 술이라도 떠보자는 취지로 조사를 시작했다. 지금 법으로는 청년이 채용 취소를 당해도 보상받을 방법이 없고 소송을 진행해도 실익이 없는 상황”이라고 관심 환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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