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IT·MIT 가습기살균제, 폐 질환 유발 가능성 있다”

“CMIT·MIT 가습기살균제, 폐 질환 유발 가능성 있다”

[가습기살균제10주기] ② “CMIT·MIT 동물세포 손상, 피해자에게도 있는지 확인해야”
“가습기살균제 독성 표적, 폐뿐 아냐…‘증후군’ 명명 필요”

기사승인 2021-08-30 06:00:03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 사진=임종한 교수 제공.

[편집자주] 2011년 2월,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산모가 병원에 입원했다. 호흡이 어려운 상태였다. 각종 약물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 원인 미상 폐렴. 이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같은해 8월31일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역학조사결과 원인으로 ‘가습기살균제’를 지목했다. 사망자 1687명을 기록해 일명 참사라고 불리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세간에 드러나 진상규명을 시작한 지 올해 10주기를 맞지만 2021년은 참사 시간이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 때이기도 하다. 법원이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한 SK케미칼, 애경산업에 대해 무죄를 판결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건을 매듭짓기엔 갈 길이 멀었다며 여전히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동물 세포 손상시킨 CMIT·MIT, 인간에게도 영향 미칠 수 있습니다.”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올해로 가습기살균제 피해 연구를 시작한 지 10년째 되는 전문가다. 2011년 환경독성보건학회, 한국환경보건학회 임원을 맡던 그는 같은해 세간에 알려진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연구 업무를 질병관리본부가 할지 환경부가 할지 정부가 갈피를 못잡던 시기에는 피해자들이 위태롭게 방치돼 있었어요. 피해가 제대로 규명되지 못하면 큰 문제가 되겠다 싶어 학회 전문가들과 십시일반 돈을 거둬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22일 서면으로 만난 임 교수는 10년 전 가습기살균제 피해 연구를 손에 잡게 된 이유를 시작으로 이야기의 운을 뗐다.

올해 1월12일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한 SK케미칼·애경산업 재판 증인 진술에 나섰던 그는 법리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CMIT·MIT 성분 실험에서 폐섬유화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초기 질병관리본부 보고서를 토대로 법원이 무죄를 판단했다는 점에서다.

임 교수는 CMIT·MIT 성분과 폐 질환 간 인과관계에 대해 진술한 증인이기도 하다. 그는 “피해자 코호트연구(노출집단과 비노출집단 대조 연구)를 통해 CMIT·MIT성분과 천식 등 건강 피해 사이 인과관계 규명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진술했다”며 “PHMG·PGH 성분 가습기살균제는 2000년 이후 유통시장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 가습기살균제는 대다수 CMIT·MIT 성분이었는데, 2000년 이전에는 해당 제품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MIT·MIT 성분이 동물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인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미뤄 짐작하기에 의미 있는 성과라고 그는 판단하기도 했다. 동물 실험에서 CMIT·MIT 성분이 세포 손상, 염증 등을 유발했다는 결과가 피해자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가 동물 독성 전문가로 인정한 FZ박사는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가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지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동물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총 3년간 진행했는데 ‘천식이 있는 경우 알레르기 반응을 더욱 촉진시키는 것을 확인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차 연구에서는 면역세포 중 호산구가 특이하게 증가했다고 서술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폐 질환으로 한정하고 있는 시스템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임 교수는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폐 손상 외 더 정밀한 추가 연구를 하지 않은 채 ‘가습기살균제 피해=폐 손상’이라고 규정짓고 있다”며 “다른 소견은 폐 손상 3, 4단계로 판단해 피해자가 아니라고 판정하고 있다. 피해자들을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악명 높은 ‘폐 손상 4단계 판정기준’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폐 질환뿐만이 아니라고 본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건강보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 피해 목록에서 가장 흔한 질병은 호흡기 질환, 안과 질환이다. 다만 심층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독성 간염, 암, 자가면역질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운동장애, 만성피로증후군, 우울증과 자살 등의 피해 역시 상당 부분 관찰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DNA 손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임 교수는 판단했다. 많은 살생물제가 DNA 속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말하면서 임 교수는 “PHMG 과다 노출은 미토콘드리아의 대사 과부하로 이어지고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는 근육 ​​인슐린 저항성과 세포 기능 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협심증 및 어린 나이의 심근경색과 같은 설명할 수 없는 심혈관 질환은 PHMG 노출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는 어린 나이에 암 진행, 인지 기능 저하 및 반복되는 뇌졸중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폐에서 가습기살균제의 이동을 고려하면 세포에 미치는 PHMG의 독성 효과, 혈관에서도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가 발견됐다. 간, 신장, 골수, 신경 및 근육, 골수 손상은 면역세포의 비정상적인 면역 조절에 의해 특발성 폐섬유증과 연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증후군’ 명명이 시급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피해 구제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은 그간 폐섬유화에만 초점 맞춰져 왔는데 최근 연구에서 피부, 비강점막, 기관지 점막, 신장, 면역계 등 다양한 표적기관에서 전형적인 독성 효과를 일으킨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임 교수는 설명했다.

피해 질환의 폭넓은 인정이 피해 파악에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단지 폐섬유화만이 아닌 전신에 대한 다양한 피해가 확인된 것이다. 이를 가습기살균제증후군으로 명명해야 한다. 이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나타나는 다양한 피해를 파악할 수 있고, 제대로 된 보상도 가능하다. 향후 발생할 다양한 질환에 대한 대비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