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변이 증상당일 바이러스 배출량, 1차 유행주 대비 300배
지금까지 보고된 주요 코로나19 변이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가 있다. 모두 스파이크 단백질(S 단백질) 내 숙주세포와 결합하는 부위(RBD)의 아미노산 치환으로 전파력, 병원성, 면역회피 등의 바이러스 특성 변화가 나타난다.
이 중 델타 변이는 인도에서 처음 발생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4월 22일 인도발 입국자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후 같은 달 29일 지역사회 검출을 시작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현재 국내 발생 사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부 연구들에 따르면 델타 변이 감염자의 감염 초기 바이러스 양이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보다 많고, 무증상 감염자로부터 바이러스가 전파되면서 감염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된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청은 주간 건강과 질병‧제14권 제35호 ‘델타 변이와 기존 유행주 확진자의 호흡기검체 바이러스 양 분석’을 27일 발간했다. 이 자료에는 증상발현일별 델타 변이 바이러스 양을 국내 기존 유행주 환자의 호흡기검체 바이러스 양과 비교, 분석한 결과가 담겼다.
연구팀은 델타 변이 확진자 1848건과 기존 유행주(S/V, GH 유전형) 2만2106건의 양성검체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증상당일(0일) 델타 변이 환자의 바이러스 배출량은 기존 1차 유행주 환자대비 약 300배 이상 많았고 2~3차 유행주 환자에 비해서는 약 20배 이상 바이러스 양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4일째에는 1차 유행주 대비 약 30배, 2~3차 유행주 대비 5배, 9일째에는 각각 약 10배 및 3배 이상 등으로 그 차이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10일 이후는 분석대상자 모두 바이러스 양에 차이가 없어 기존 유행주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 양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델타 변이 확진 환자의 경우 증상발현 초기 많은 양의 바이러스 배출을 통해 전파력이 증가될 수 있다고 추정된다.
연구팀은 “실험적으로 관찰되는 바이러스 특성과 높은 전파력에 대한 직접적 상관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감염병 재생산 지수 등의 역학적 분석이 추가돼야 할 것”이라며 “이번 분석에서 관찰된 델타 변이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델타 변이로 인한 전파와 확산 차단을 위해서는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증상이 없더라도 즉시 검사를 받고, 타인과의 접촉 및 모임을 피하며,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는 등 기본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델타 변이가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백신 접종률이 높은 미국, 이스라엘 등에서는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신규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8월27일 현재 기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1주간(8월16일∼8월22일) 전 세계 신규환자는 456만명(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전주(450만명) 대비 유사한 수준이나 미국은 9주 연속 발생이 증가하면서 1월 말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 미접종자 중심의 유행이 지속되며 중환자 병상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루이지애나주‧애리조나주에서 발생한 확진자 중 미접종자 비율은 각각 99%, 94.1%에 달한다.
이스라엘은 확진자가 31.8% 증가했는데, 특히 60세 이상 중환자(237명) 중 미접종자(215명)의 비율이 크게 높은 상황이다.
또 일본은 9주 연속 발생 증가하며 역대 최대 발생이 지속됐다. 최근 한 달간 일일 확진자 수는 7월21일 3600명에서 8월20일 2만5328명으로 폭증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방역수칙 준수, 거리두기 참여, 예방접종률 증가로 인해 다른 국가 대비 발생이 낮은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00만명 당 주간 확진자는 243명으로 지난주 대비 소폭 감소했다. 참고로 미국은 3082명, 영국은 3240명, 이스라엘은 6025명, 일본은 1179명으로 증가했다. 또 100만명 당 주간 사망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7개 국가에서 모두 증가했으나, 미국 20.3명, 영국 10.3명, 이스라엘 16.9명, 일본 1.5명 대비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사망률(1.2명)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미접종 또는 불완전 접종자에서 확진자 및 위중증 환자 발생이 늘고 있다.
지난 26일 기준 20~49세의 청장년층 확진자는 총 11만9509명으로 전체 확진자의 49.1%를 차지한다. 연령별로는 20대가 4만4000여명으로 18.2%, 30대 14.9%, 40대 15.9%로 나타났다.
이들 연령층에서 사망자는 총 41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1.8%를 차지했다. 연령군별로는 20대 8명, 30대 11명, 40대 22명으로 치명률은 0.034% 정도였다. 청장년층의 위중증환자 사례는 총 719명으로 집계돼 위중증 발생률은 0.6%였다. 연령별로는 20대 67명, 30대 193명, 40대 459명이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26일 브리핑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이 진행되고 있는 최근 7주간의 환자 발생을 분석한 결과, 20~40대의 연령군의 환자 발생 비중이 가장 높고, 일평균 발생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최근 7주간 20~40대의 위중증사례는 417명이었는데 이 중 미접종자가 412명으로 대부분이었고 접종완료자는 1명이었다. 같은 기간 사망자 177명 중 20~40대는 13명이었다. 18~49세 확진자 중 93.7%는 미접종자였고, 4.2%는 불완전접종자. 접종완료자는 2.1%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청장은 “위중증 및 사망에 대한 백신 예방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18~49세 확진자 중 3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확진 후 28일 이내 위중증·사망 여부를 추적·관찰한 결과, 미접종자 중 중증화 수는 292명으로 중증화 비율은 0.85%였고, 접종완료자 중 위중증으로 발생한 경우는 1명이었다”라며 “또 미접종자 중 사망자는 8명인 반면에, 접종완료자 중에는 사망자가 없어서 중증과 사망의 예방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4차 유행에서는 청장년층에서 확진자 및 위중증·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청장년층에서도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백신 접종 참여를 당부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도 백신 접종과 거리두기 등의 방역수칙 준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접종완료율이 70%를 넘어선 국가들에서는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고 있지만 사망자가 없는 상황이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5월 이후 사망자가 없고 우루과이나 덴마크 등에서도 사망자 규모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면서 “접종완료율이 50%를 갓 넘어선 미국이나 60%에 도달하기 직전에 거리두기를 완화한 영국 등에서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따.
이어 그는 “델타 등 주요 변이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이번 유행의 규모는 가장 작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상황과 백신접종, 변이 유행상황이 중요하다”면서도 “WHO는 백신접종에도 불구하고 거리두기 이완에 대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갈수록 더 신중하고 침착하게 진행해야 하기에 앞으로도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AZ‧화이자‧모더나, 변이 바이러스 예방효과 80% 이상
현재 국내에서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AZ) 화이자,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모든 변이형 바이러스에 대해 80% 이상 예방 효과가 있다.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대한의학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백신 이슈관련 신속검토’ 연구 결과를 보면, 백신접종을 완료한 경우 알파, 델타, 베타, 감마 등 모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유증상 감염예방, 입원 및 사망 예방 등 임상적 의미가 있는 효과가 나타났다.
변이형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백신의 예방 효과는 기존 바이러스 감염 예방 대비 약간 감소했지만, 2회 접종완료 시 80% 이상 효과가 있었고 델타변이보다 알파변이에 대한 감염예방효과가 더 컸다. 다만 유증상 감염 예방의 경우 변이형이라 하더라도 비변이형과 대비해 비슷한 수준의 예방효과를 보였다.
입원·사망 예방 효과도 확인됐다. 1회 접종 완료 시, 변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입원 및 사망은 78~96%로, 2회 접종 완료 시 86~96%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을 접종한 경우, 입원 및 사망 예방에 미치는 영향은 변이 종류 간 큰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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