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고구말] 윤희숙, 반격에 재반격… “사퇴할 것” → “이재명 정치 떠나라”

[여의도 고구말] 윤희숙, 반격에 재반격… “사퇴할 것” → “이재명 정치 떠나라”

권익위, 부동산 의혹제기에… 윤희숙 사퇴 선언
이후 윤희숙 父 투기의혹 제기… 미공개정보 의혹도
尹, 공수처 수사 의뢰하며 ‘이재명 사퇴’ 맞불… 與 “억울함 연기하나”

기사승인 2021-08-28 06:00:03
‘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부친이 매입한 농지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윤 의원은 ‘억지 선동’, 여권은 ‘정치쇼’를 각각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부친이 매입한 토지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지법 위반에서 투기 의혹까지… 꼬리 무는 공방

2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윤 의원의 부친은 지난 2016년 세종시에 1만871㎡(약 3300평) 논을 샀다. 당시 윤 의원 부친은 영농계획서를 담당 지자체에 제출하고 농지취득자격을 받았으나, 실제로는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면서 현지 주민에게 경작을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권익위는 윤 의원 부친이 농지법 및 주민등록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제기되자 윤 의원은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권익위 조사 결과에 대한 반발 차원이었다. 윤 의원은 “독립 가계로 살아온 지 30년이 되어가는 친정 아버님을 엮는 무리수가 야당 의원 평판을 흠집 내려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라며 “이번 권익위의 끼워 맞추기 조사는 우리나라가 정상화되기 위한 유일한 길이 정권교체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준다”고 분노했다. 

윤 의원의 ‘초강수’에 국민의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에 대한 여론의 분위기는 완전 뒤바뀌었다. 국민의힘은 당 지도부가 부동산 의혹이 제기된 12명 중 6명만 징계를 해 ‘반쪽 징계’ 비판을 받는 상황이었다. 윤 의원의 ‘사퇴 선언’이 나오자 권익위의 ‘끼워 맞추기식 수사’라는 비난 여론이 높아졌다. 국민의힘을 조준했던 비난 화살이 권익위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여론이 다시 뒤집혔다. 윤 의원 부친이 농지를 매입하며 ‘시세차익’을 본 것으로 나타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었다. 윤 의원 부친이 사들인 3300평가량의 논은 5년 만에 8억2000여만 원에서 18억 원 안팎으로 약 10억 원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윤 의원 부친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근무했던 윤 의원이나 기획재정부 장관 보좌관을 지낸 윤 의원 동생 남편 장 씨가 농지매입에 관여했다는 주장이다. 

윤 의원은 2003년부터 2016년 말까지 KDI에 근무했다. KDI는 기획재정부로부터 국가산단 등 공공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위임받아 평가한다. 윤 의원 부친이 매입한 농지는 2018년 국가산단으로 지정된 단지 인근에 있었다. 

이에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굳이 따지자면 2016년 이 시기에 윤 의원은 세종시에 있는 KDI에 근무했고, KDI는 그 무렵 인근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연구용역을 했다”며 “혹시 윤 의원이 KDI의 내부 정보 활용해 부친에 부동산 투기 권유한 건 아닌가. 부친에게 투기자금 지원했거나 차명으로 소유한 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퍼지자 국민의힘도 윤 의원과 거리를 두는 자세를 취했다. 윤 의원의 사퇴를 눈물로 만류했던 이준석 대표는 26일 “윤 의원 측이 해명해야 한다”고 책임을 돌렸다. 

의원직, 대선 예비후보 사퇴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부친의 땅투기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숙, “무혐의 시 이재명 사퇴” 재반격에… 與 “해명은 없고 동정 호소만”

27일 오후 윤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지 이틀 만이다. 윤 의원은 “투기 의혹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는 점을 변명하지 않는다”면서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직접 수사를 의뢰하겠다고도 나섰다. 

윤 의원은 여권 유력대선주자인 이재명 캠프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사퇴도 요구했다. 캠프 주요 인사들이 나서 자신의 의혹 부풀리기에 힘을 썼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재명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인 우원식 의원, 수행 실장인 김남국 의원, 남영희 대변인이 음해에 가장 앞장선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며 “이 모의의 꼭대기엔 이 지사가 있다. 무혐의 결론 나면 이 지사 당신도 당장 사퇴하고 정치를 떠나라”라고 했다. 

윤 의원은 이날 부친이 자필로 쓴 편지를 대신 읽으며 울먹이기도 했다. “출가외인인 딸자식에게 이렇게 큰 상처를 주게 돼 애비된 마음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다. 이번에 문제가 된 농지는 매각되는 대로 그 수익을 전부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적힌 부친의 자필편지를 읽은 뒤 윤 의원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으신 저희 아버님께서 어떤 마음으로 이 편지를 쓰셨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러한 윤 의원의 재반격에 여권은 “쇼에 불과하다”고 맹폭했다. 이재명 캠프 대변인인 전용기 의원은 논평을 통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불공정’, ‘야당 탄압’ 프레임을 덧씌우더니 이제는 이 지사와 김어준 씨의 사퇴를 요구하며 비난의 화살을 돌려 위기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라며 “이날 기자회견은 한편의 촌극 같았다. 억울함을 연기하기 위해 얼토당토않은 말과 화풀이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질타했다.

윤 의원이 핵심 의혹을 전혀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선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의혹의 핵심은 본인 표현대로 '구부정한 80 노인'이 진짜 농사를 짓겠다고 땅을 산 것인지 아닌 지인데 이게 빠졌다”며 “이번 기자회견은 유감스럽게도 합리적인 의혹에 대한 답변 없이 그저 여당 의원들에 대한 저주와 ‘구부정한 팔순 노인’에 대한 동정 호소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화끈하다”라는 짧은 평을 남겼다. 진 전 교수는 윤 의원의 사퇴를 놓고 “잘하셨다. 나중에 더 크게 쓰일 것”이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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