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체리콕 “내 음악에 떳떳하고 싶다”

[쿠키인터뷰] 체리콕 “내 음악에 떳떳하고 싶다”

기사승인 2021-09-02 07:00:17
가수 체리콕.   CTM 제공.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예술고등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던 19세 소녀는 직장을 찾아 상경했다가 ‘신세계’를 봤다. 홍대 인근 공터에서 어느 뮤지션의 거리공연을 만나고 인디 음악의 매력에 눈을 떴다. 음악을 좋아하는 어머니 덕에 어려서부터 남몰래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온 그는 그날 결심했다. ‘나도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리라!’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소녀는 온라인 힙합 커뮤니티에 자신이 부른 노래를 올리며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그가 새로 지은 자신의 이름은 체리콕. 2017년 싱글 ‘업’(Up)으로 데뷔해 힙합 팬들 사이에선 이미 ‘우량주’(반드시 뜰 것 같은 가수)로 꼽힌다. 2015년 낸 믹스테이프는 대형 힙합 커뮤니티에서 ‘과소평가된 믹스테이프’로 거론됐고, 스포티파이·아이튠즈 등 글로벌 음원 플랫폼도 그의 음악을 앞다퉈 추천했다.

“체리콕 같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어떤 장르든 제가 묻어난 음악을요.” 최근 서울 합정동 CTM 사무실에서 만난 가수 체리콕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새 싱글 ‘러브 게임 인 서머’(love game in summer)를 낸 뒤 만난 자리였다. 체리콕은 “오랜만에 내는 싱글인데, 싱글에 실린 노래들이 모두 마음에 든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제 MBTI가 게으르기로 유명한 ‘개노답 삼형제’ 중 하나거든요. 무조건 여름엔 신곡을 내겠다고 생각했는데, 계획보다 오래 걸렸어요. 하하.”

체리콕이 지난 달 11일 낸 싱글 ‘러브 게임 인 서머’ 표지.   CTM 제공.
싱글에 실린 세 곡 ‘핑퐁’(pingpOng), ‘치치’, ‘응하고 대답해줘’ 모두 체리콕이 “한 땀 한 땀 만들었다”고 표현할 만큼 정성을 들인 노래다. ‘핑퐁’은 멜로디를 수십 개나 만들었을 만큼 완성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고, ‘응하고 대답해줘’는 테크 하우스로 장르 확장을 꾀한 노래다. ‘치치’로 말할 것 같으면, 체리콕이 프로듀서와 배꼽을 잡아가며 만든 곡이다. “음메음메” “응애응애” 등 기상천외한 노랫말 때문이다.

“‘음메음메’를 가사로 쓰는 가수가 있을까요? 힙합·댄스·알앤비·발라드 어느 장르도 불가능하다고 봅니다.(웃음) 저는 정말 좋아하는 가사예요. 함께 작업한 친구도 ‘누나. 이 노래 완전 미쳤어!’라며 즐거워하더라고요.” ‘치치’뿐만이 아니다. 체리콕은 “남들이 자주 안 쓰는 단어를 공략해 작사한다”고 했다. 연인 간 사랑을 찹쌀떡에 비유하고(‘찹쌀떡’), 연인이 원망스러울 땐 ‘마늘 너무 써’라는 가사에 씁쓸한 마음을 묻어 놓는(‘지옥가요’) 식이다.

음악적으로는 들으며 흐느적거리기 좋은 몽환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끈적이는 목소리가 힙합·알앤비에 제격이지만, 그렇다고 한 장르만 파고들 생각은 없다. 지난해 첫 정규음반을 낸 뒤부터는 장르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붙었다. 체리콕은 “한 번 해본 스타일을 반복하기는 싫다. 해보지 않은 음악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다”면서 “그러면서도 ‘체리콕 같은 느낌’을 이어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체리콕이 참가한 MBN ‘사인히어’. 심사위원이던 양동근은 체리콕을 호평했다.   방송 캡처. 
음악을 시작한 지 벌써 10여년. 체리콕은 “내가 내 음악에 떳떳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음악에 관해서는 자타가 공인한 완벽주의자다. “수백 번 녹음을 반복하느라 미칠 지경”에 이르기도 여러 번이었단다. 그래도 체리콕은 음악이 재밌다. 단숨에 유명해지는 길보다,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일이 그에겐 더욱 값지다.

“최근에 재밌는 일이 있었어요. 8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노래에 새 댓글이 달린 거예요. 오랜만에 그 노래가 생각나서 접속했는데 재생이 안 된다고, 다시 들을 방법은 없냐고 묻는 댓글이었어요. 정말 감동이었죠. 8년이나 지난 곡을 다시 찾아주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요! 저는 그저 ‘멋있는 음악을 하는 뮤지션’으로 남고 싶어요. 멋있되, 어렵지 않은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요.”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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