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은빈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해고 통지를 당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실업급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청년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23일 5년 동안 세 차례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노동자에 대해 수급액을 50%까지 단계적으로 삭감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입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실업급여 수급 대기 기간도 길어진다. 자발적 퇴사자 또한 실업급여 대기기간을 4주로 연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로 고용한파가 불며 실업급여 지급건수가 늘자 고용보험기금이 줄어든 데 따른 조치다. 고의적 반복수급을 막자는 취지지만 고용 취약 계층만 곡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간제 노동자, 임기제 공무원 등이 반복 수급자의 상당 비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0년 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5년간 실업급여를 3번 이상 받은 인원은 9만30000명, 즉 전체의 5.5%에 불과하다. 이중 공공행정과 국방·사회보장 행정 분야(22.6%), 건설업(15.1%)과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서비스업(11.8%), 제조업(7.5%) 등의 직종이 비교적 높은 비율로 반복 수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관련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노동연구원도 우려를 표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구직급여 반복 수급 원인 분석 및 제도개선 방안 검토’ 보고서를 통해 반복수급이라는 이유로 실업급여를 삭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이 3년간 실업급여를 3번 받은 2017년 수급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전체의 40%가 추가 수급을 받지 않았다. 고의적 반복수급이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복수급자의 구직급여액을 삭감하는 방안이 청년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연구진은 “3회부터 제재하면 고의적으로 매년 수급하는 사람이 아닌 경우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젊은층일수록 그렇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입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청년유니온과 참여연대,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는 31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업급여 반복수급 제한은 5년 동안 3번 직장을 잘리고 다시 일할 곳을 찾아야 하는 처지를, 노동자가 받는 고통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며 “고용위기 시대에 역행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코로나19 시대에 고용보험기금 적자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고용보험기금의 역할은 더 확대돼야 하고 고용 안전망은 강화돼야 한다”며 “정부는 실업급여 반복 수급 제한에 대한 입법예고안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의 피해는 고스란히 고용취약계층 노동자들이 짊어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실업급여를 3차례 수급했을 때 누구의 책임인가 따져보면 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다. 일률적으로 규제를 해선 안 된다. 고용 취약계층에게만 패널티가 올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실업급여 반복 수령이 늘었다는 것은 자주 해고되는 노동자가 늘었다는 뜻”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해고 증가 경제위기 시대에 정부 책임은 회피하고 노동자들에게만 불이익을 전가하겠다는 비겁한 결정을 내렸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줄여야 할 것은 실업급여가 아니라 실업”이라며 “만약 정부가 이대로 강행해 실업급여제도 개악안이 국회에 올라온다면 불안정 노동자의 편에서 이를 저지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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