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1시간이나 대기해야 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검사를 누구보다 빠르게 받는 방법이 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 된다. ‘지금이 어느 땐데 의원 특전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줄을 서 있는데 안쪽으로 들어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새치기 검사’가 논란이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오전 9시 10분께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병원을 방문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문제는 김 의원이 ‘새치기’를 했다는 것이다. 대기 중이던 시민들에게 별다른 설명도 없었다.
한 시민은 “(김 의원이 들어오자) 두세 분이 내려오셔서 의전을 하시고, 우리가 줄을 서 있는데 안쪽으로 들어갔다”며 “연로하신 분들도 많이 대기하고 계셨다. 우리도 거의 한 시간 이상 기다렸다”고 SBS를 통해 밝혔다.
병원 측은 김 의원이 VIP(Very Important Person)였다고 해명했다. 병원 측은 “평소 코로나19 검사에 대해선 예약을 받지 않는다”며 “VIP나 응급 환자에 한해서 필요한 경우 먼저 검사를 받게 한다. 김 의원이 온다고 방문 전날 연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 측은 “다음 날 대통령과 오찬 간담회를 앞두고 검사 당일에 결과를 받아야 해서 병원을 찾았다”며 “당시 시민 5~6명 정도가 줄을 서 있었고, 병원의 안내에 따라 검사를 받았을 뿐 특혜를 요구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혜 논란’이라는 비판을 피하긴 힘들었다. 신인규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국회의원의 시간만 소중한 금인가”라며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앞장서서 외쳤던 민주당의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이 또다시 나타났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민이 뽑아 준 국회의원이 길게 줄을 선 시민들을 제치고 검사를 받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며 “정치 불신은 큰 잘못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김 의원의 새치기 검사와 같은 부적절한 처사가 누적돼 깊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김 의원은 결국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새치기 검사가 언론에 보도된 지 이틀 만이다.
김 의원은 5일 저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시에는 전혀 감지도 못했는데 줄에 계시던 분 중 한 분이 구청에 불만을 제보하고 그 과정에서 방송에 알려지게 됐다”며 “차라리 제게 바로 알렸으면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고 죄송하다고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다”고 사과했다.
김 의원은 “저는 본디도 그다지 권위적이거나 어디 가서 대우를 받는 것을 즐기지도 않거니와 나름 조심하는 편이라 생각해왔다. 이번 일이 좀 황당하다고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이내 달리 생각하게 됐다”며 “저뿐 아니라 제 주변이나 보좌진에게서도 그런 점들을 더욱 경계하지 못한다면 그런 부주의에서 생기는 모든 잘못은 다 결국 제 책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코로나 검사, ‘호텔’에서 받는다?”
비슷한 코로나 검사 특혜 논란은 올해 초에도 있었다. 해외 순방을 다녀온 국회의장과 의원들이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지난 2월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2월 17일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국회의원이 6박 9일 중동 방문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중동 순방단은 박병석 의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송갑석·김병주·김영배 의원, 국민의힘 이명수·김형동 의원, 무소속 이용호 의원 등이다.
이후 이들은 인천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인천 그랜드 하얏트에서 진행하는 코로나19 검사는 방역복을 갖춰 입은 의료진의 안내로 회전문 입구와 1층 로비 사이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스위트룸에서 따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국회 측은 스위트룸 검사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국회사무처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순방단의 검사 장소와 절차도 방역 당국의 지침과 안내에 따랐다”며 “별도로 스위트룸을 포함한 어떠한 종류의 객실도 요구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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