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덮친 ‘고발 사주’ 악재… 야권 독주 체제까지 ‘흔들’

윤석열 덮친 ‘고발 사주’ 악재… 야권 독주 체제까지 ‘흔들’

야권 대선지형 ‘출렁’… 윤석열, 홍준표에 1위 내주나
‘고발 사주’ 의혹 일파만파… 與 “국기문란 사건”
박상병 교수 “사실 여부 떠나 野 지지층 등 돌렸다”

기사승인 2021-09-07 06:00:38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   연합뉴스

[쿠키뉴스] 김은빈 기자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에게 제기된 ‘고발 사주’ 의혹에 야권 대선구도가 출렁이고 있다. 윤 후보가 휘청하자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치고 올라오며 독주 체제에 균열이 나고 있다.

알앤써치가 경기신문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7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홍 후보는 32.5%, 윤 후보는 29.1%로 집계됐다. 홍 후보가 윤 후보를 3.4%p로 오차범위 안(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서 꺾었다.

6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윤 후보는 홍 후보와 오차범위 안에서 각축을 벌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범보수권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물은 결과 윤 후보는 28.2%, 홍 후보는 26.3%였다. 두 사람의 지지율 차이는 1.9%p로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안이었다.

윤 후보의 지지율 정체 상태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고발사주 의혹’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알앤써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고발 사주 의혹의 한복판에 선 윤 후보는 왠지 점점 늪으로 빠지는 느낌이다. 점점 비호감도도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발 사주’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자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정치권 입문 후 최대 위기를 맞은 모양새다. 고발 사주 의혹은 윤 후보 측근인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송파갑 후보였던 김웅 의원을 통해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뉴스버스의 보도에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후보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보도에 따르면 고발장에는 지난해 2월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추가 조작 연루 의혹’과 ‘검언유착 의혹’ 보도가 윤 후보와 윤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 씨, 윤 후보 측근인 한동훈 검사 3명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고발 대상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황희석 열린민주당 당시 비례대표 후보 등이었다. 이때 손 검사는 고발장의 고발인란을 비워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윤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에 관한 진상규명을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가 6일 열리기도 했다. 여권은 이를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국기문란 사건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이 그런 일을 실제로 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병철 민주당 의원도 “과거 검찰이 수사를 정치적으로 편향되게 했다는 비판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사건을 시발하는 기획을 했다는 의혹 제기는 처음”이라며 “지금 언론에 나온 내용을 조금 더 정확하게 하면 윤 후보의 검찰 이용 총선 개입 사건, 총선 개입 검풍(檢風) 시도 사건이 정확하다. 이게 정치공세냐”고 따져 물었다.

윤 후보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윤 후보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을 맡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사주, 공작, 청부 이런 음흉한 단어들은 문재인 정부 전문”이라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 법무부 차관 음주폭행, 검찰총장 직무배제 등 어마어마한 사건들에 대한 (야당의) 현안 질의 요구는 받아들여졌나”라고 반문했다.

윤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이 여권에서 만든 ‘정치공작 프레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동을 마친 뒤 “정치공작”이라며 “제가 검찰총장 시절에 국민들이 다 보셨지만, 검찰총장을 고립화해서 일부 정치 검사들과 여권이 소통해가면서 수사 사건들을 처리한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다만 해당 의혹의 진실 여부를 떠나 야권 지지층은 이미 등을 돌렸다는 진단이 나온다. 잇단 의혹이 터져 나오며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6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고발 사주 의혹이 사실이라면 공정을 외쳤던 윤 후보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사건”이라며 “사실 여부를 떠나 윤 후보에게 해당 의혹은 이미 결정타가 되고 있다. 악재 중의 악재를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의 한계가 드러났다고도 했다. ‘반문’ 지지를 등에 업고 1강 구도를 유지해온 탓에 지지율이 쉽게 흔들린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윤 후보의 지지율이 높았던 이유는 정치적 자질이나 정책 때문이 아니다. 반문 진영의 대표주자로서 야권 지지층이 지지를 보냈다”며 “고발 사주 의혹 등 야권 지지자들이 볼 때 윤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약하다고 판단해 경륜 있는 홍 후보에게 시선이 옮겨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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