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회장, 배임 소송도 각오해야”…사조산업 개미가 뿔난 이유

“주진우 회장, 배임 소송도 각오해야”…사조산업 개미가 뿔난 이유

[인터뷰]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
“경영승계에만 몰두하는 오너가…정도 경영 위한 감사위원 필요”

기사승인 2021-09-07 06:05:02
3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가 사조산업 골프장 합병 시도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주주를 대하는 태도 변함없다면, 횡령·배임 소송 검토해야죠.”

지난 3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사조산업 오너일가에 단단히 뿔이 나 있었다. 사조산업이 정도 경영은 제쳐두고 경영권 승계에만 몰두해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소액주주들의 분노는 골프장 합병에서 시작됐다며 그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너 2세만을 위한 골프장 합병을 보면서 주주로서 재산적 손실이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분개했습니다. 법무법인을 찾아가 자문계약을 맺고, 소액주주들을 결집시키기 시작했죠. 카페를 만들어 글을 쓰고, 소액주주 지분을 모아 매년 주총과 이슈가 있을 때마다 주주의 권리를 보호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대주주를 견제하고 연대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사조산업이 적절한 시가총액을 받고 기업이 주주가치를 재고하고 정상적인 투명 경영을 할 때까지 카페를 유지할 생각입니다.”

사조산업을 둘러싼 골프장 합병 논란은 지난 2월 시작됐다. 사조산업은 이사회를 통해 계열사 골프장 캐슬렉스 서울과 캐슬렉스 제주 합병을 추진했다. 캐슬렉스 서울 지분구조는 △사조산업 79.5% △사조씨푸드 20% △주진우 회장 0.5% 등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58억5700만원을 기록해 사조그룹 계열사 중 알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캐슬렉스 제주는 지난해 2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분구조는 △주지홍 상무 49.5% △㈜사조시스템즈 45.5% △㈜캐슬렉스서울 5% 등이다. 사조시스템즈는 주지홍 상무가 가장 많은 지분(39.7%)을 보유하고 있는 사조그룹 계열사다.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주지홍 상무가 캐슬렉스 제주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어 ‘주지홍 골프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주들의 반발로 사조산업 측은 골프장 합병 취소를 발표한 바 있다.

유사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오너일가를 견제할 장치가 시급하다고 소액주주들은 보고 있다. 주주들의 의견을 대변할 감사위원 선출에 정답이 있다고 보고 이들은 이달 14일 열릴 임시주주총회에 의안으로 올렸다.

상법에 따르면 주주총회에서 선임한 감사는 이사의 직무의 집행을 감사한다. 또 언제든지 이사에 대해 영업에 관한 보고를 요구하거나 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할 수 있다. 

임시주총에서 선출될 감사위원 후보에 올랐다고 본인을 소개한 송 대표는 “사조산업의 경우 오너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 중인 지분은 56.17%이지만 3%룰을 감안하면 감사위원 분리선출 때 동원 가능한 지분은 총 25%”라며 “현재 소액주주연대 측이 보유한 지분은 20% 정도다. 추가 지분을 확보해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목소리에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3%룰이란 상법 제409조에 의거한 감사 선임 조항을 말한다.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을 초과하는 수의 주식을 가진 주주는 그 초과하는 주식에 관해 감사의 선임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사조산업과 소액주주연대 각측은 힘을 보태줄 추가 지분 확보에 치열한 분위기다. 공시에 따르면 사조산업은 원활한 주주총회 진행과 필요한 의사 정족수 확보를 위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이달 1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의결권대리행사 권유제도란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다수의 의결권을 확보할 목적으로 사용된다.

다만 소액주주연대 측의 위임장 확보 작업은 쉽지 않았다. 주주명부 때문이었다. 사측이 소액주주연대에 주주명부 제공을 거부해 양측은 결국 법원에 가기 이르렀다. 재판부는 “주주는 영업시간 내에 언제든지 주주명부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며 소액주주연대 손을 들어줬다.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가 사측으로부터 전달받은 주주명부를 보여주고 있다. / 사진=박효상 기자
주주명부를 받았지만 넘어야 할 허들은 또 있었다. 사조산업 측이 6000여명의 주주명부를 서면으로 전달한 것이다. 쌀알보다 작은 글씨가 서류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육안으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운 탓에 엑셀 파일 수령을 위한 법정 다툼에 또 나서야 했다고 송 대표는 회상했다.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시작일로부터 하루가 지나서야 엑셀 파일에 담긴 주주명부를 받아 위임장 송부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송 대표는 부연했다.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가 한 주주로부터 제보받은 메시지 화면을 캡처해 보여주고 있다. / 사진=박효상 기자
송 대표는 사조산업 측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시작일을 어기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주주분께서 8월30일 사조산업 측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제보해주셨다”며 “권유 시작일은 다음달 1일부터인데, 소액주주연대를 방해하면서 사측은 사전에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연대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이사회에서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을 해임하고, 현 감사위원을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 송 대표는 “현재 감사위원회는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라면서 “감사 위원을 새로 뽑아 제 기능을 할 조직을 꾸리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임시주총이 끝이 아니다. 송 대표는 “주주로서 기업이 옳은 길로 가길 바라는 마음이 제일 크다. 임시주총이 있는 날 오후 사조산업 회계장부 열람 소송 재판이 있다”며 “오너가가 회사 경영에 끼친 손실이 크다고 보고 있다. 회계장부 열람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오너가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횡령·배임 소송전까지 갈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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