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기존 주택 6개월 처분 조건으로 대출 받으세요, 그리고 부동산에 매물 올리고 파는 액션만 취하세요, 안 나가는데 어떻게 합니까, 규제할 수 가 없어요, 그렇게 구매자금 마련하시면 되요”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9월초 방문한 도시형 생활주택 모델하우스에서 이같은 권유를 받았다. 김 씨는 당초 도시형 생활주택을 생활형 숙박시설과 착각해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도시형 생활주택은 생활형 숙박시설과 달리 주택으로 분류되며, 1주택자에게는 주택담보대출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김 씨는 도시형 생활주택이 마음에 들었지만 1주택자라 대출이 어렵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남겼다. 그때 모델하우스 상담직원이 솔깃한 제안을 내놓았다. 기존주택 처분조건으로 대출을 받아보라는 제안이다. 김 씨가 기존 주택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지만, 상담직원은 매각 기간이 경과해도 매각하는 시늉만 하면 은행에서도 후속조치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설득했다.
처분조건부 주택담보대출은 1주택자가 규제 지역에서 새로운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일정 기간 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받는 대출을 말한다. 처분 기간은 2018년 2년에서 점차 줄어들어 현재는 6개월 내 기존 주택을 매각해야 한다.
은행권에서는 상담직원의 설명과 같이 대출을 받고 기존 주택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김 씨가 큰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먼저 은행은 정해진 기한에 앞서 안내장은 물론 구두 전화로 차주의 주택 매각을 종용한다. 그럼에도 기한 내에 기존 주택의 매각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대출회수(기한이익 상실)와 함께 3년간 주택 관련 대출을 금지한다. 차주가 대출금을 즉시 상환하지 못할 경우 연체이자 부과는 물론 연체차주로 등록돼 금융거래도 제한된다.
특히 은행권은 소명 절차나 지점 등의 재량을 통해 후속 조치를 유예하는 제도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은행 관계자는 “주택 처분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약정 위반에 따라 대출금을 즉시 회수한다”며 “정부에서 가계대출 관리에 역점을 두는 상황에서 소명이나 재량으로 회수 조치를 유예하는 등의 행위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제도적 문제이기 때문에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금융당국도 처분조건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기존 주택 매각 약정을 이행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올해 3월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처분 조건부 주택담보대출의 위반 사례가 없는지 집중 점검하겠다”며 “금감원은 약정 이행 위반 사례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은행권에서도 약정 미이행이 확인되는 경우 해당 대출 회수 등 필요한 조치를 지체 없이 취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대출 현장에서는 최근 처분조건부 주택담보대출 보다 후순위 대출, 기타 사업자대출, P2P대출 등이 규제 회피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한 대출 중개인은 “주택 매각 약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며 “최근 후순위 대출, 기타 사업자대출, P2P대출 등이 규제 회피 목적으로 주로 활용돼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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