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가 요구하는 사항은 크게 여섯 가지다. △ 문화 다중이용시설 및 타 장르 공연과 차별 철폐 △ 바뀌지 않을 방역 지침 제정 △ 지침에 따른 공연이 관계 부처 행정명령에 의해 취소될 경우 피해 보상 △ 3단계 이하 거리두기에서는 공연이 가능한 기준 마련 △ 백신접종자의 공연 관람을 위한 기준 마련 △ 대중음악 산업 재건을 위한 해결책 제시 등이다.
“희망고문하며 보낸 1년6개월…변하지 않을 지침 필요”
대중음악 공연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1년 넘게 ‘모임·행사’로 분류됐다. 거리두기 2단계 이상에서 관객을 99명만 받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업계 종사자들이 긴 시간 호소한 끝에 지난 6월 대중음악 공연 입장 제한 인원을 4000명으로 늘렸으나, 7월 시작한 4차 대유행으로 정규 공연장 외 시설물에서 공연을 여는 것이 금지되며 또 다시 보릿고개가 찾아왔다. 정부가 거리두기 3단계 시행 시 체육관·컨벤션 등 정규 공연장 외 시설물에서 최대 2000명을 수용하도록 완화한 방역지침을 지난달 발표했지만, 음공협은 “대중음악 공연을 이해하지 못한 지침”이라고 지적했다. 지침을 지키면서 공연을 열었다가는 막대한 적자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지침이 자주 바뀌는데다, 방역당국이 내린 지침을 각 지자체가 유권 해석해 공연을 막는 일도 문제다. ‘미스터트롯’·몬스타엑스·엔하이픈 등의 공연과 팬미팅이 개최 직전 지자체의 집합금지 행정명령으로 취소됐다. ‘미스터트롯’ 공연 등을 연출하는 신원규 감독은 “지난 1년6개월은 희망고문의 연속이었다”면서 “(공연에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방역 매뉴얼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협회는 ‘변하지 않을’ 지침을 요구하는 한편, 지침에 따라 준비한 공연이 지자체 판단에 의해 취소될 경우, 이에 대한 사과와 피해 보상을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팝의 근간, 대중음악 공연의 미래는…
정부는 전 국민 백신 2차 접종률이 70%에 이르는 오는 11월부터는 방역 체계를 전환해 단계적으로 일상을 회복할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협회는 이 단계에선 좌석 간 거리두기와 최대 수용 인원 규정을 없애달라고 요구했다. 김형일 라이브네이션코리아 대표는 “미국과 유럽 등 공연을 재개한 국가의 공통점을 정부에서 발 빠르게 명확한 지침을 줬다는 것”이라며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매뉴얼을 마련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과 영국 등에서도 대규모 공연이 코로나19 확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는 존재한다. BBC에 따르면 지난달 영국 뉴키에서 대형 음악 페스티벌이 열린 뒤 수 천 명이 확진된 사례도 있다. ‘뷰티풀 민트 페스티벌’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등을 기획해온 이종현 MPMG 대표는 “해외에선 백신 접종 이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폭발적이라 국내와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며 “마스크 착용, QR 코드 인증, 열 체크 등 미국과 영국보다 방역 허들을 높게 둘 것”이라고 짚었다.
협회는 “대중음악 공연은 문화 수출의 첨병 역할을 해온 K팝의 매개체”라며 “이미 공연 취소로 쌓인 빚에 줄도산과 주요 인력 이직까지 겹쳤다. 코로나19 이후 보편의 생활이 돌아온다 해도 과연 대중음악 공연업계는 정상적인 업의 기능을 발휘하며 재건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고기호 인넥스트트렌드 이사는 “조만간 관계부처와 대화할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관계 부처에서는 진실한 자세로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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