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는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을 통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김웅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재집행에 들어갔다. 공수처가 사흘만에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추석 연휴를 앞둔 데다 증거물의 신속한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9일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와 손준성 검사(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바로 다음날인 10일 수사팀은 인력 23명을 투입해 손 검사와 참고인 자격인 김 의원 사무실, 자택 등 5곳을 압수수색에 나섰다. 김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국민의힘이 위법이라고 맞서며 11시간 대치 끝 불발됐다.
수사팀은 압수수색에서 손 검사와 김 의원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측이 김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이 “위법하다”고 항의하면서 보좌관 PC 등 일부 증거물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김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번에도 불발되면 이미 확보한 압수품과 참고인 조사에 기대야 한다. 의혹 규명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주말 동안 현역 의원 27명의 지원을 받아 김 의원실을 지킬 비상대기조로 편성하는 등 압수수색 저지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다만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새로 압수수색을 시도하겠다고 한다면 영장을 새로 발부받아 와야 할 것”이라며 무조건 압수수색을 저지하지는 않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확보한 휴대전화에서 얼마나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수처는 손 검사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압수했다. 그러나 손 검사가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을 경우 강제로 해제할 방법이 없어 포렌식 수사가 불가하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 당시에도 검찰은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아이폰을 압수하고도 비밀번호를 알아내지 못해 흐지부지된 사례가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휴대폰이 지난해 4월 당시의 것과 다를 가능성도 있다. 특히 김 의원은 이미 언론에 고발장을 주고받던 시점에 사용하던 휴대폰을 이미 교체해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 편향성 논란도 불거졌다. 야당에서는 공수처가 ‘오수’뿐 아니라 ‘조국’, ‘(추)미애’, ‘(정)경심’, ‘(유)재수’ 등을 검색한 데 대해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된) 압수수색 영장 범위를 벗어난 불법 별건 자료 추출 의도”라고 반발했다. 또한 표창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 이력이 있는 김숙정 검사가 고발 사주 의혹 수사팀에 속해있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고발사주 의혹을 진상조사 중인 대검찰청 감찰부 역시 손 검사와 함께 근무한 직원들을 중심으로 면담조사를 실시하고 손 검사가 대검 근무 시절 사용하던 컴퓨터에 대해 디지털포렌식을 실시했으나 의혹을 뒷받침해줄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공수처는 이미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지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압수수색에 나섰다. 만약 증거가 있었다 하더라도 증거 인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며 “압수수색으로 유의미한 증거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정치적 중립 논란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좀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닌가 싶다. 대검이 고발사주 의혹 진상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진상조사에서 명확히 혐의가 드러나면 그 뒤에 공수처가 나섰어도 됐다”면서 “대선 정국 속에서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윤 예비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한 것은 공수처의 정치 개입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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