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성고충상담실, 부대원 공동시설과 나란히… 피해자 보호 어려워

해군 성고충상담실, 부대원 공동시설과 나란히… 피해자 보호 어려워

기사승인 2021-09-13 17:42:59
지난달 해군 여성 중사가 남성 상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를 한 후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13일 중사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 앞에 전군 성폭력 예방 특별강조 기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해군이 성고충상담실을 부대원 공동이용 시설과 함께 둔 것으로 밝혀졌다. 상담의 비밀성‧안정성 확보가 어렵고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여성가족부는 개정된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해군본부와 해군 2함대, 2함대 예하 해당 기지를 방문해 성범죄 사건 관련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점검 결과 해군은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 체계가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고충상담실이 부대원 공동이용 시설과 함께 위치하고 있어, 상담자가 외부 노출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점검단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적합한 장소에 성고충상담실을 재배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상담 문화도 정착되어 있지 않았다. 점검단은 성고충전문상담관 업무의 독립성, 전문성, 역량 등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사건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휘관들의 인권감수성 향상을 위한 실효성 있는 교육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방 및 재발방지 대책이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였다. 해군은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한 현황 파악 및 원인 분석 등 통계자료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상태로 파악됐다. 해군 단위의 사건 재발방지대책 수립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점검단은 사건 관련 정보와 통계를 구축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빠른 시일 내에 도움을 받기도 어려웠다. 도서 및 격·오지 부대에서 근무하는 피해자는 즉각적인 외부기관의 도움을 요청할 창구가 없었다. 성고충전문상담관이 전입여군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정기상담은 전입 3개월 이내에 실시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대체적으로 유선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했다. 점검단은 도서 및 격·오지 부대에 전입하는 여군에게는 전입 전 사건 발생 시 대응 관련 안내교육을 의무화 하거나, 전입 후 최소 1개월 이내에 성고충전문상담관의 상담을 의무화하고 대면면담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해군 내 성고충심의위원회의 역할도 부족했다. 위원회는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제한적인 기능만 수행해, 피해자 보호조치 등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는 미흡했다. 징계위원회는 외부위원에게는 의결권이 없고 내부 위원 의견으로만 결정하고 있었다. 점검단은 성고충심의위원회 운영 활성화를 통해 피해자 보호조치, 2차 피해방지 방안, 재발방지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징계처리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징계위원회 외부위원에게도 의결권을 줄 수 있도록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성폭력 등 폭력예방교육의 실효성도 부족했다. 교육 이수율은 높지만, 해군 조직의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 사례 중심의 교육 콘텐츠가 미흡했다. 교육은 업무시간 내 사이버교육 등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교육 이수에 불편함도 있었다. 점검단은 추후 강의 수강 이후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강의 만족도 평가를 실시, 교육 개선에 대한 의견을 청취·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례 위주 교육, 소규모 토론식 교육 강화 및 사이버 교육 시스템 정비를 통해 예방교육의 효과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성범죄에 대한 인식 및 양성평등 조직문화도 개선의 여지가 많았다. 성희롱·성폭력 행위를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인식하거나, 성범죄 사건 발생 시 여군 대상 간담회 개최 등 여군이 부각되는 방식 위주로 해결방안 논의가 진행되는 경향이 있었다. 점검단은 성범죄 발생 여부보다는 사후 처리과정의 투명성·신속성이 조직의 성평등 역량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정 성별이 아닌 전 조직 차원에서 해결방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여군에 대한 성차별적 분위기도 존재했다. 함정 내 여성용 화장실 부족 등 성별에 따른 근무환경의 격차로 인한 근무상 불이익이 여전했다. 성평등 정책을 여군에 대한 우대나 남성 역차별로 인식해 오히려 여군을 배제하는 현상도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 점검단은 성평등한 근무 환경을 구축하고, 성평등을 특정 성별에 대한 특혜로 인식하지 않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제고하는 등 양성평등한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여성가족부는 현장점검 결과 파악된 개선 필요 사항을 재발방지대책 수립 시 반영하도록 해군 측에 요청할 계획이다. 아울러 향후 재발방지대책의 이행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또한, 군대 내 인사·근무환경·성범죄 사후처리 과정 등 조직 전반에 양성평등한 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 진단 및 개선계획 수립을 요청하고,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현장점검을 실시한 점검단은 여성가족부 기획조정실장을 단장으로 내·외부의 성희롱·성폭력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서면자료 확인과 면담 방식으로 점검이 진행했다. 점검단은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사건 대응 시스템 운영 현황 ▲피해자 보호 및 2차 피해 방지 조치 ▲군대 내 성폭력 등 폭력예방교육 운영 현황 ▲양성평등 조직문화 등의 점검에 주안점을 뒀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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