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오징어 게임’ 감상을 위한 세 가지 당부 [‘오징어 게임’ 할 사람④]

즐거운 ‘오징어 게임’ 감상을 위한 세 가지 당부 [‘오징어 게임’ 할 사람④]

기사승인 2021-09-19 07:00:41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기사에 ‘오징어 게임’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쿠키뉴스] 김예슬 기자 =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경쟁 사회를 가장 상징적으로 은유하는 게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제목을 결정한 이유로 이렇게 말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경쟁을 담아낸 건 맞다. 다만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극 후반에 다다를수록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도 등장한다. 극에 대한 몰입을 깨지 않으려면 사전 정보를 아는 게 도움이 된다. 그래서 준비했다. ‘오징어 게임’을 재미있게 보기 위해 지켜야 할 몇 가지 조언이자 당부.

△ 잠시, 시간을 달려주세요

‘오징어 게임’은 황동혁 감독이 지난 2009년 탈고한 작품이다. 넷플릭스를 만나 일부 수정을 거쳐 뒤늦게 빛을 봤다. 그래서인지, 2000년대 작품의 향기가 난다. 성기훈(이정재)처럼 자기연민과 선함 강박증에 빠진 남자 주인공은 최근 작품들에게 보기 어려운 캐릭터다. 부도덕한 행동을 저지르는 자신에겐 관대하고 타인에겐 엄격해 쉽게 분개한다. 생존을 이유로 약자에 대한 차별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려지는 분위기 역시 차별에 민감한 요즘 콘텐츠와 결이 다르다. 종교인에 대한 부실한 묘사는 덤이다. ‘선한 주인공’을 만들기 위해 너무 많은 이들이 소구되는 인상도 있다. 불편함에서 벗어나 작품을 즐기고 싶으면, 지금이 2021년이란 사실을 잠시 잊고 열린 마음으로 지켜보는 게 좋겠다. 거친 남자들의 느와르가 판을 치던, 2010년대 초반 충무로의 향수를 느껴보자.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완전한 캐릭터를 기대하지 말아요

인간은 불완전하고, 쉽게 변한다. 그래도 작품 속 인물이 너무 쉽게 변하면, 속칭 ‘캐릭터 붕괴’라는 말이 나온다. 서사로 쌓아온 성격이 한순간에 달라지면,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오징어 게임’ 속 인물들은 관계성과 감정선이 널뛴다. 캐릭터 기본 설정을 위배하는 장면도 곳곳에 나온다. 그래서 인물들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는 순간이 온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판을 치고, 짤막한 유대감이 전사(前史)가 있는 관계를 앞서는 상황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괜찮다. 인간은 변하고, 사람 마음은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뀌지 않나. 정교한 캐릭터 플레이를 찾기보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마음에 집중해보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그것이 인생이니까.

△ 어디까지 불행할 수 있는 거냐는 질문은 넣어두세요

이보다 더 불우할 수는 없다. 오디션 필승 요소가 사연과 성장이라면, ‘오징어 게임’ 승리 요소는 불행으로 다져진 독기다. 저마다의 잘못된 선택과 불운한 사연으로 불행해진 사람들로 가득하다. 한 사람의 불행에 몰입해보려 하면, 더 심한 불행이 나온다. 자기연민을 가지거나 도리어 날선 방어기제를 세우기도 하고, 공격성을 드러내거나 허무주의에 물든 인물들이 극을 빼곡하게 채운다. 성적 함의가 포함된 불편한 전사를 가진 인물도 있고, 맥없이 소구되는 여성도 여럿 등장한다. 이 작품에선 똘똘 뭉친 독기야말로 우승을 향한 필수요건이란 걸 잊지 말자.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를 불행 대결 정도는 잠시 눈감아주는 아량을 베풀어보는 게 어떨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격언이, 꼭 실현되길 바라며 시청할 수밖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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