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는 지지 않았다. 그는 워스트댄서를 가려내는 배틀에서 대결 상대로 지목한 허니제이를 이겼다. 허니제이도 지지 않았다. 방송 초반부터 ‘춤이 매니악하다’는 평가를 들어왔던 그는 팀 색깔과 대중성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마침내 자신의 문법으로 대중을 설득했다. 방송에서 가장 먼저 탈락한 크루 웨이비의 노제 역시 지지 않았다. 그는 명실공이 올해 가장 유행한 안무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심지어 그가 만든 안무에 쓰인 노래 ‘헤이 마마’(Hey mama)는 발매된 지 7년 만에 국내 음원차트 순위를 역주행 중이다.
그러니까, 모니카가 한 말을 이렇게 바꿔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댄서들은 절대 지지 않는다.’ 애당초 그들은 질 수 없었다. 춤을 승부나 시합, 증명의 수단으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댄서들에게 춤은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코카앤버터는 K팝 4대 천왕 미션에서 상대 팀에게 져 탈락 위기를 겪었으나, 이후 메가 크루 미션에서도 “우리 춤을 리얼로 보여주고 싶다”며 “우리가 잘하는 걸 하자”고 뜻을 모았다. 라치카는 팝가수 비욘세의 ‘런 더 월드’(Run the world) 라이브 음원에 맞춰 보깅과 왁킹을 곁들인 안무를 선보이며 여성·퀴어 친화적인 메시지를 강조했다.
경쟁과 갈등을 오락거리로 삼는 방송사의 관행은 ‘이기기 위한 춤’이 아닌 ‘추고 싶어서 추는 춤’ 앞에서 맥을 못 춘다. ‘스우파’에서 중요한 건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어떤 춤을 추느냐’다. 댄서들이 창작·연습·공연을 반복하며 단련한 결과를 무대에서 한꺼번에 폭발시킬 때, 정숙해야 하는 동시에 성애적 대상이던 여성의 몸이 말하고 표현하는 몸이 될 때, 다양한 체형을 가진 여성들이 때론 자신만만하고, 때론 거칠고, 때론 호탕한 표정을 지어보일 때 형용하기 어려운 카타르시스가 TV 바깥 시청자들을 덮친다.
‘스우파’는 단 한 팀을 우승자로 만들기 위해 나머지 일곱 팀을 ‘탈락자’ ‘워스트댄서’ ‘약자’로 부를 것이다. 그리고 제작진 의도나 승패와 관계없이, 모든 댄서들의 춤은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줬다고 기억될 것이다. 노제는 ‘스우파’ 촬영장을 떠나며 벽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끝나지 않았다.” 이 뜨겁고 강인한 여성들이, 이들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널리 알려지길, 또한 더 많고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조명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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