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청년기자단] 대한민국은 ‘채식 불모지·고기 공화국’

[쿠키청년기자단] 대한민국은 ‘채식 불모지·고기 공화국’

기사승인 2021-10-03 08:05:02
비건 먹거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베이커리 '그러팡야'.   그러팡야 제공

[쿠키뉴스] 유비취 객원기자 =최근 ‘가치 소비’ 트렌드로 채식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채식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육식 편향이 뚜렷한 ‘고기 공화국’이다. 

고기, 얼마나 먹을까

복날에는 닭고기를,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돼지고기를, 철분이 부족하면 소고기를. 한국인들은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갖은 이유로 고기를 찾는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실시한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53.9kg으로 11.3kg이던 1980년에 비해 약 5배가량 증가했다. 육류 소비량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지난해 쌀 소비량(57.7kg)과 아주 근소한 차이를 보인다. 육류는 한국인의 주식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늘어난 육류 소비를 대한민국의 진정한 ‘선진국’ 진입으로 분석한다. 서구의 선진국 국가에서 보이는 높은 육류 소비량을 선진국의 지표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육류가 주식인 국가조차도 육류가 다수의 주식이 된 역사는 길지 않다. 가축은 농업에 중요한 자원이었다. 고기는 제사의 제물 혹은 소수 지배층의 특권이었다. 화학비료가 개발되고 상업용 공장식 축산이 본격화되면서 필요 이상의 가축이 길러지고 고기가 과잉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채식 불모지’

한국채식협회는 채식 인구 비중을 전체 인구의 2%로 추산하며 완벽한 채식을 추구하는 비건은 전체 인구의 1%로 추정 중이다. 국내에서는 채식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해 말 그대로 ‘채식 불모지’다. 비건 베이커리를 운영 중인 고은별 씨는 “비건 베이커리 자체를 알리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어려웠다”라며 “손님들 중 비건 빵은 건강하기만 하고 맛없다는 편견을 가지신 분들이 더러 계신다”고 말했다. 

마크로밀엠브레인 리서치 기관에서 시행한 채식 식습관 및 채식주의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채식 시 건강 증진에 대한 기대감은 감소 추세이고 ‘영양적으로 불균형한 식습관’이라는 인식이 여전했다. 채식 식당 비방문자는 ‘채식 식당에 대한 낮은 관심도’, ‘맛에 대한 낮은 기대감’, ‘비효율적 비용 지출’을 비방문 이유로 꼽았다. 

익명을 요구한 20대 채식주의자 A씨는 “채식을 한다고 말하자 면전에 대고 ‘나는 돼지고기를 제일 좋아한다. 절대 끊을 수 없다’, ‘뒤에서 몰래 먹는 거 아니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채식에 대한 낮은 관심도는 채식에 대한 편견과 높은 진입 장벽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밝힌 채식 음식점은 973개로 서울시 총 음식점 수가 80,732개인 것에 비하면 전체의 1.2% 수준이다. 이는 채식의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집계이고 채식 식당의 대부분 도심 번화가에 모여있기 때문에 실제로 채식주의자들에게 더욱 척박한 실정이다. 전국적인 수준에서 비건 식당은 일반 식당의 0.0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에서 채식 음식점은 그야말로 ‘사막에서 바늘 찾기’다. 

A씨는 “사적인 자리에서는 메뉴 선택이 자유롭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라며 “서울은 비교적 비건 식당이 많지만 지방에서는 찾기 힘들어 외식을 안 한지 정말 오래됐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에 갔을 때 놀랐던 건, 어떤 식당을 들어가도 비건 메뉴가 하나씩 있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채식 지향인의 대부분은 한정된 채식 식당 및 메뉴로 집에서 직접 조리하는 것을 택한다. 

비건식으로 만든 고구마 키쉬.  그러팡야 제공


‘고기=단백질=건강’이라는 환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육류 이미지 관련 주요 키워드 분석에 따르면 ‘식재료’, ‘단백질’, ‘영양소’의 노출 빈도가 높았다.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난다’는 명제는 보편적인 진리로 통한다. 

국제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는 소시지, 햄과 같은 가공육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다. 동물성 식품은 단백질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을 생성한다. 

채식이 영양불균형의 표적이 된 원인은 단백질이다. 그러나 식물성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건강한 식단이다. 채식은 초록색 풀만 먹는 것이 아니라 육류, 생선, 유제품, 달걀 등 동물성 재료를 제외하는 것이다. 식물에서도 충분히 단백질을 구할 수 있다. 식물을 통해서는 단백질과 식이섬유까지 섭취할 수 있다. 

‘식食’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야

‘다음에 밥 한 번 먹자’, ‘밥은 먹었니?’ 한국의 인사치레는 대부분 ‘밥’이 포함된다. 식구는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한국인에게 식사는 단순히 먹는 행위 그 이상이다. 

익명의 채식주의자 B씨는 “음식 자체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사, 음식에 큰 의미를 두고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기나 생선을 먹지 않는다고 하면 정말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조언을 한다”라며 “같이 식사를 하지 않으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융통성이 없다는 평가를 한다. 식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줄어든다면 채식도 자연스럽게, 가볍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가 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kukinews@kukinews.com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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