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반환보증보험 상품은 2013년 9월 처음 출시됐다. 현재 공공 보증기관인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민간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에서 취급하고 있다.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에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이들 기관이 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돌려주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폭증
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건수)은 올해 7월 554억원(259건)으로 조사됐다. 금액과 건수 모두 월간 기준 역대 최고·최다인 셈이다.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과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사고액은 ▲2016년 34억원 ▲2017년 74억원 ▲2018년 792억원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7개월간 3066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HUG의 대위변제액도 늘고 있다. HUG의 대위변제 금액은 ▲2016년 26억원 ▲2017년 34억원 ▲2018년 583억원 ▲2019년 2836억원 ▲2020년 4415억원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서는 1월 286억원, 2월 322억원, 3월 327억원, 4월 349억원, 5월 414억원, 6월 441억원, 7월 472억원 등 누적액이 2611억원에 달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를 반복해서 내는 ‘나쁜 임대인’도 덩달아 늘고 있다. 김상훈 의원실(국민의힘)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중복사고 발생 임대인 순위’ 자료에 따르면 임대사업자 A씨는 세입자 283명에게 전세보증금 574억4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들은 빌라 분양업자·중개업자와 짠 뒤 전세보증금을 부풀리고, 세입자를 끌어들여 갭투자 하는 방식으로 다세대주택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이씨를 포함해 이들 악성 임대인 상당수가 현재 잠적한 상황이다.
사고 건수가 많은 악성 임대인 상위 31명 가운데 HUG가 전세보증금을 대신 갚아주고 변제액을 회수하지 못하거나 회수율이 0%대인 사례는 15건으로 집계됐다. HUG는 보증금 상환 의지가 없는 임대인의 보유 주택을 경매에 부치고, 이들 주택에서 나오는 수익을 변제에 충당하는 강제관리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으나 회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임대사업자‧중개사‧건축주, 조사해야”
나쁜 임대인들은 조직적으로 주택을 매입한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임대차계약이 끝난 후에도 약 1731억원의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는 임대사업자 6명이 소유한 주택 1360가구의 데이터를 입수해 소유권과 권리관계 등에 대한 사항을 집중 분석했다. 그 결과 1360가구 중 빌라 24가구에서 이들 중 2명 이상이 동일한 빌라 내 주택을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예컨대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다세대주택은 전체 28가구 중 3가구를 제외한 25가구를 다수의 주택에서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집주인 5명이 집중 매입했다. 특히 28가구 중 13가구는 지난해 기준 477채의 등록임대주택을 보유한 이모씨가 매입했다. 그는 올해 8월 31일까지 HUG에 신고된 미반환 전세보증금이 576억6900만원으로 HUG에 신고된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 건수와 금액이 가장 많은 대표적인 ‘나쁜 임대사업자’다.
소병훈 의원은 “이처럼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집주인들이 비슷한 시기에 공통적으로 매입한 빌라가 24채에 달한다”며 "‘우리나라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 1위’ 이모씨나 등록임대주택만 591가구를 보유한 ‘빌라왕’ 진모씨, 또 강모씨가 소유한 나머지 주택 약 1000가구에 대한 추가 분석이 이뤄질 경우, 이러한 사례는 훨씬 더 많이 발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주택을 매입한 내역과 이를 중개한 공인중개사, 이를 건축하고 분양하여 수십억원을 번 건축주 등의 정보를 모두 가진 국토교통부가 이러한 정보를 모두 취합해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강력범죄수사대와 서울남부지검 등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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