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쪽지처방' 리베이트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은 리베이트 처벌 품목에 포함되지 않아 의료진들이 영양제 등을 통해 뒷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쪽지처방이란 의사 처방 없이 개인의 선택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등을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것처럼 별도의 종이에 기입해 환자에게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올 3월 공정거래위원회위는 산부인과 등 병원에서 자사 제품명이 적힌 '쪽지처방'을 발행한 뒤 환자를 의료기관 내 매장으로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한 회사를 적발했다. 이는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이라며 "적발된 회사는 시정 명령과 더불어서 과징금 72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이러한 불법 행위는 지난 8년간 전국 100여개 의료기관에서 일어났다"고 했다.
이어 "이 회사는 판매수익의 절반 가량을 의료진에게 뒷돈으로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의료진은 처벌되지 않았다. 사실상 리베이트를 제공한 건데 회사는 처벌을 받았고 의료인은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약사 절반 이상이 쪽지처방을 직접 받아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이 대한약사회와 공동으로 전국의 약사 2079명을 대상으로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 이내 병의원으로부터 쪽지처방을 받아본 적 있다는 약사는 응답자의 27.2%(559명)로 나타났다.
본인이 경험한 적은 없으나 들은 적 있다는 응답은 25.6%(527명)로, 조사대상 약사의 절반 이상이 쪽지처방을 직접 경험하거나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쪽지처방이 업계의 관행처럼 널리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쪽지처방 받은 경험이 있는 약사 55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 발행 주기를 묻는 문항에는 월1건 이상이 31.7%(177명)로 가장 많았고, 주1건 이상이 22%(123명)로 다음순이었다. 매일 1건 이상도 14.1%(79명)나 돼 쪽지처방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약사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쪽지처방 품목을 묻는 질문에는 건강기능식품(428명)이 가장 많이 꼽혔고, 다음으로는 일반의약품(282명), 건강식품(81명), 의약외품(72명), 화장품(71명)이 뒤를 이었다. 설문 참가자들은 최근 건강기능식품인 루테인과 비타민류를 쪽지처방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지적했다.
쪽지처방을 발행한 진료과로는 안과(236명)를 지목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이어 내과(204명), 피부과 및 비뇨기과(125명), 가정의학과(122명), 산부인과(82명), 소아청소년과(61명), 이비인후과(52명) 순이었다.
쪽지처방을 낸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문항에 의원급(365명)이 가장 많았고, 상급종합병원(190명)과 병원급(166명)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행위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의원급에서 빈번하지만 대학병원급 기관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한 언론사가 복지부에 답변을 요구하니, '쪽지 처방이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는 있으나 환자의 건강에 해가 되는건 아니'라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너무 안이한 판단이 아닌가"라면서 "쪽지처방은 소비자의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특정 제품을 강매하는 부당한 고객 유인 방법이다. 게다가 쪽지처방 판매 제품 중에는 시중가보다 1.5배정도 비싼 것도 있다는 약사들이 있었다. 이 가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건강기능식품이 현행 의료법상 리베이트로 처벌이 불가능해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베이트 처벌 품목은 의약품과 의료기기로만 제한돼 있다. 그러다 보니 건강기능식품을 이용한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을 못하고 있다"면서 "리베이트 대상에 건기식을 포함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건보 재정절감 효과가 있다. 비만약들도 리베이트 처벌을 받고 있는데 건강기능식품이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약가가 내려가게 되면 결국은 건강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는 쌍벌제로 제공자나 수급자 모두 처벌을 하도록 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문제 인식이 없었던 것 같다"며 "다만 단순 권유인지, 강매인지는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처벌을 하려면 법안이 있어야 하니 의원님과 함께 상의를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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