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작용 포기”·“시대흐름 역행” 중앙대 성평등위원회 폐지에 비판 커져 

“자정작용 포기”·“시대흐름 역행” 중앙대 성평등위원회 폐지에 비판 커져 

기사승인 2021-10-10 12:35:11
중앙대학교.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총여학생회의 후신격인 성평등위원회가 중앙대학교에서 폐지됐다. 학내 여성혐오 등 성평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중앙대 총학생회 성평등위원회에 따르면 ‘성평등위원회 폐지에 반대합니다’라는 서명에 439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성평등위원회의 노력으로 사실상 사문화됐던 반성폭력회칙이 다시 학생사회에서 기능할 수 있었다”며 “성평등위원회는 ‘학생대표자 성폭력·혐오발언 대응 매뉴얼’과 성폭력 피해사례 신고 창구 ‘우리같이’를 만들어 안전한 학생사회를 만들기 위한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62대 총학생회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과 2차 가해를 언급하며 “총학생회에서조차 성폭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앙대가 충분히 평등하고 안전하다고 말하기엔 이르다. 성폭력 사건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학생자치기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8일 중앙대 확대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성평등위원회 폐지 안건이 58.41%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출석 인원 101명 중 찬성 59명(58.41%), 반대 21명(20.79%), 기권 21명(20.79%), 무효 15명(14.85%)으로 집계됐다. 

성평등위원회에 따르면 폐지 안건은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300명의 동의를 얻어 상정됐다. 안건 발의자는 ‘성평등위원회는 페미니즘 기구이고 그렇기에 없어져야 한다’는 취지로 안건을 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의자는 신변보호 등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성평등위원회는 폐지 소식을 전하며 “우리는 중앙대학교의, 더 나아가 한국 사회의 아주 부끄러운 역사를 함께 하고 있다. 총여학생회의 대안 기구가 폐지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대학의 주인으로서 성평등위원회의 폐지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성평등 문제에 대한 자치를, 자정작용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성평등위원회는 “폐지되었지만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다음 단계를 준비할 것이다. 앞으로의 성평등한 중앙대를 위해 함께 살아가고, 또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평등위원회는 지난 2014년 9월 총학생회 산하 자치 기구로 발족했다. 성폭력 사건 예방·해결을 위한 반성폭력회칙 개정과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지원 등을 진행해왔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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