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휴게실은 창고 바닥입니다” 노동자들 입 열었다

“내 휴게실은 창고 바닥입니다” 노동자들 입 열었다

기사승인 2021-10-13 19:01:33
창고 바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가전 설치 및 방문 점검 노동자들. 민주노총.

[쿠키뉴스] 정윤영 인턴기자 = 가전 설치 및 방문 점검 노동자들이 제대로 쉴 수 있는 휴게 시설 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진행된 현장 노동자 증언대회에서 방문서비스 노동자 휴게 시설 문제점에 대한 현장의 증언이 나왔다. 

박상웅 전국 가전 통신 노동조합 노안국장은 “방문서비스 노동 업무 특성상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별도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며 “노동자들은 고객 집 앞 비상계단이나 개인 차량에서 쉬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 회사에서 방문 설치 노동자 휴게 공간을 위해 마련한 ‘거점별 창고’도 휴식 공간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방문 점검 노동자들의 휴식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창고. 민주노총.

2020년 설치 AS를 담당하고 있는 인력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창고 실태조사에 따르면 창고 내부 별도 휴게 공간이 마련돼 있다는 응답은 8.9%이다. 휴게 공간이 있다고 응답한 지역에서도 간이의자, 플라스틱 테이블 바람막이 없는 공간을 노동자들이 직접 개조해 간이 휴게실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창고 내 화장실도 한 지점당 최대 인원수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최대 37명의 인원이 이용하는 한 지점 당 화장실 수가 1개라고 답한 비율은 63.3%를 차지했다. 약 80%에 달하는 창고에서는 남녀 화장실 구분이 없었다. 이마저도 구식 화장실로 수도 시설이 없거나 겨울철 결빙 및 동파로 사용이 불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국장은 “휴게 공간으로 마련한 장소에 화장실조차 찾기 어렵다”며 “창고 내부에 사람이 앉을 수 있고, 냉⋅난방이 있고, 담소할 수 있을 정도를 요구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고객 집 앞 비상계단이나 개인 차량에서 쉬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 민주노총.

지난 8월 노동자 휴게시설 설치 근거가 담긴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다. 민주노총은 “방문 설치, 수리, 점검 노동자들은 화장실에 갈 수가 없어 물조차 먹지 않는다”며 “휴게 시설 설치 의무화가 돼도 현장 노동자가 제대로 쉴 수 없는 시설들이라면 이전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yuniejung@kukinews.com
정윤영 기자
yuniejung@kukinews.com
정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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