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가 야권으로부터 ‘도덕성’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다만, 본선에서 후보의 ‘도덕성’ 문제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13일 오후 KBS 제주방송국에서 열린 합동토론회에서 이 후보의 ‘도덕성’을 언급했다. 홍 후보는 “이 후보 때문인지 최근 도덕성을 묻는 여론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이 후보의 도덕성이 떨어진다’라는 응답이 49.6%였다”며 “윤석열 후보는 윤 후보는 31.6%인데 본선에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고 윤 후보에게 물었다.
홍 후보가 언급한 결과는 데일리안이 여론조사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1일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후보 도덕성’ 여론조사다. 조사에 따르면, ‘대선 후보 중 누가 도덕성이 가장 떨어진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이 후보가 49.1%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이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부정평가는 국민의힘 후보들의 수치를 모두 합산한 것(41.5%)보다 높다. 부정응답이 가장 높았던 윤 후보는 31.6%였다. 이어 홍 후보 6.3%, 유승민 국민의힘 예비후보 2.4%, 심상정 정의당 후보 1.4%, 원희룡 국민의힘 예비후보 1.2%,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0.8%,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0.5% 순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보다 도덕성에서 밀릴 수 있는 기막힌 현실, 그래도 되는가”라는 말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해당 발언은 이 후보와 경선을 치렀던 이낙연 전 대표가 광주·전남 지역 합동 연설회에서 한 말이다. 이 전 대표는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 정말 괜찮은가”라며 이 후보의 도덕성을 거듭 지적했다.
그간 이 후보는 숱한 논란에 휩싸이며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혜경궁 김씨 논란부터 형수 욕설 녹취록 공개, 배우 김부선씨 스캔들, 조폭 연루설 등 각종 논란이 이 후보를 강타했다. 최근에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까지 불거졌다.
14일 국회사무처 직원, 보좌진, 정당 관계자 등이 모인 익명 게시판인 페이스북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이 후보의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후보선출을 지탄하는 글이 올라왔다. 민주당에서 보좌진 생활을 10여 년간 했다고 밝힌 글쓴이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을 대통령을 배출한 당에서 음주운전과 형수 쌍욕을 한 사람이 대선후보라니 참담하고 창피하다”고 탄식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도 이 후보가 본선에서 ‘도덕성’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주장은 과한 해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덕성이 후보 선택의 기준 중 하나가 될 순 있지만, 전체 선택지를 바꿀 만큼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본선에서 도덕성이 큰 잣대가 될 수 없다. 진영정치 성격이 강한 한국은 도덕성이나 정책보다 상대를 떨어뜨릴 수 있는 무기를 가진 사람에게 투표한다”며 “과거 대통령 중 도덕성이 그렇게 높지 않았던 사람도 많다. 도덕성은 정치력, 포용력, 자질, 정책 등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수십 가지의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