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대선을 향해 달려가는 여야 정치권이 때아닌 실언으로 ‘제동’이 걸렸다. 여권은 당 대표가, 야권은 유력대선주자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석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갑자기 ‘당 해체론’을 꺼내 들었다. 경쟁 주자들의 잇단 공격에 불쾌감을 표하면서다.
윤 후보는 지난 13일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개최한 캠프 제주선대위 임명식에서 “정치판에 들어오니까 이건 여당, 야당이 따로 없다”며 “정권교체는 둘째 문제고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 하기 전에는 ‘핍박받는 훌륭한 검사’라고 칭찬하던 우리 당 선배들이 정치에 발을 들이니 핍박이 갑자기 의혹으로 바뀌더라. 민주당 프레임에 (맞춰) 나를 공격한다”고 했다.
특히 유승민 후보를 강하게 겨눴다. 윤 후보는 “고발사주 의혹을 대장동 사건에 비유하면서 이재명과 유동규의 관계가 저와 수사정보정책관의 관계라는 식으로 (지적한다)”며 “이게 도대체 야당 후보가 할 소리인가. 이런 사람이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경쟁 후보들은 즉각 불쾌감을 표했다. 유 후보를 비롯해 홍준표 후보, 윤 후보와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했던 원희룡 후보까지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먼저 유 후보는 “지지도 좀 나온다고 정치가 그리 우습게 보이고 당이 발밑에 있는 것 같나”라며 “무서워서 손바닥에 ‘王’자 쓰고 나와도 버벅거리는 사람이 어떻게 이재명을 이기나. 붙으면 탈탈 털려서 발릴 것”이라고 비난했다.
홍 후보는 “참 오만방자하다. 들어온 지 석 달밖에 안 된 사람이 정신머리 안 바꾸면 당 해체한다? 나는 이 당을 26년간 사랑하고 지켜온 사람”이라며 “내 여태 검찰 후배라 조심스레 다뤘지만, 다음 토론 때는 혹독한 검증을 해야겠다. 못된 버르장머리 고치지 않고는 앞으로 정치 계속하기 어렵겠다”고 혹평했다.
원 후보는 “검증을 하다 보면 후보 개인은 매우 불편하거나 힘들 수도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게 낫습니다’라는 발언은 분명한 실언이다. 당원을 모욕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대표도 윤 후보의 발언을 잘못된 발언이라고 공개적으로 꼬집었다.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입장이 상대 후보의 공격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었다면 그 화살을 당 해체로 돌리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진다”며 “의아하다”고 반응했다. 당초 “정치의 한 견해로 받아들여야한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으나 입장을 바꿔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송영길 “이런 행태는 일베와 다를 바 없다”
송 대표는 이낙연 지지층들을 일베로 표현해 논란이 일었다. 경선 무효표 처리 방식을 놓고 지도부를 향한 공격이 쏟아지자 이같이 반응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송 대표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송 대표는 지난 13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문자폭탄’ 등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무효표 처리 방식에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 “거의 일베 수준으로 공격한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공해서 악의적 비난을 퍼붓는다. 일베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발언에 당내에서도 ‘원팀 정신’을 훼손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낙연 캠프였던 정운현 공보단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원팀을 하자는 것인가 깨자는 것인가”라고 날을 세웠고, 김광진 청와대 전 정무비서관도 “함께 하자는 취지로 후보와 캠프, 지지자분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것이 훨씬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지자들은 송 대표 사퇴 청원까지 올리며 강하게 반발했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지자들에게 일베라고 한 송영길 사퇴 청원’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저희도 민주당 당원들이다. 당비를 꼬박꼬박 받으면서 어떻게 일베라고 할 수 있는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며 “일베 소리 들으면서까지 원팀 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표도 우회적으로 송 대표의 발언에 불편함을 표했다. 그는 해단식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오만하다고 느끼는 순간 국민이 심판한다“며 ”하물며 지지해주는 국민을 폄하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며 ‘원팀’ 구상에도 차질이 생기자 송 대표가 곧바로 사과하며 수습에 나섰다. 송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극단적인 행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비유와 표현이 있었다“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또 상처를 받은 분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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