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한의학과 산림치유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한의학과 산림치유

박용준 (묵림한의원 원장, 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기사승인 2021-10-15 17:57:58
박용준 원장
요즘 산림치유란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산림치유(山林治癒)란 무엇일까? 산림치유란 산림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전일적인 치유과정을 통칭한다. 치유는 치료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색있는 개념인데, 치유(治癒)는 ‘병 나을 유(癒)’를 쓰고, 치료(治療)는 ‘병 고칠 료(療)’를 쓴다. 즉 치유는 병에 대한 치료는 물론이고, 자신의 본질로 되돌아가서 병의 원인이 될 모든 요소로부터 자유로워짐을 뜻한다. 

치유는 근본적으로 일상의 바쁜 생활에서 벗어난 휴식을 필요로 하는데, 휴식의 휴(休)는 사람을 나타내는 인(人)자와 나무 목(木)을 합하여 만들어진 글자이다. 사람이 나무 곁에서 안정을 얻는 모습이 쉴 휴(休)인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산림 속에서 휴식을 얻고, 치유됨을 느낄 수 있을까? 산림치유는 숲에 존재하는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시키는 활동 전체를 나타낸다. 숲으로 대표되는 산림에서의 치유는 건강의 유지를 돕고, 면역력을 높이는 치유활동이다. 산림은 경관, 피톤치드(phytoncide), 음이온, 산소, 소리, 햇빛과 같은 여러 치유인자들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관은 산림을 이루고 있는 녹색의 나무와 풀들을 기본으로 하는데, 이 녹색의 식물들이 눈의 피로를 풀어주며, 마음의 안정을 가져온다. 또한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산림은 또 하나의 매력으로, 우리의 눈길을 자연스럽게 집중시켜준다. 이를 통해 피로감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해충과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생성하는 물질이다. 이는 식물 자신뿐 아니라 우리 인체의 염증을 완화시키며, 피톤치드의 맑은 향은 우리의 후각을 활성화하여 마음의 안정과 쾌적함을 불러온다. 

산림환경과 인체의 반응. 사진=산림청 홈페이지.

음이온은 특히 숲속의 폭포 주변에 많이 존재하는데, 현대인의 도시생활에서 지쳐 산성화되기 쉬운 신체의 뷸균형을 중화하여 건강을 유지해 주는 기능을 한다. 산림에서 들을 수 있는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등은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집중력을 높인다. 이런 산림에서 느낄 수 있는 소리들은 비교적 넓은 음폭의 백색(white sound)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숲에서는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 덕에 도시에서보다 인체에 해로운 자외선이 효과적으로 차단된다. 그래서 더 오랜 시간 야외활동이 가능하다. 이렇게 해로운 자외선이 차단된 상태에서 맞이하는 햇빛은,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우울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뼈를 튼튼하게 하는 비타민D 합성에 도움을 준다. 

국내 산림치유 연구는 지난 이십 년 동안, 세계적인 수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산림치유연구가 산림학을 기반으로 의학, 한의학, 보건학, 심리학 등의 여러 다른 학문들간 협업을 통해 수행해온 결과이다. 

이 중에서 한의학은 산림치유의 큰 줄거리를 이룬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산림치유는 한의학 원리와 개념을 활용하여 숲이 지니는 자원은 물론 다양한 의학적, 문화적 요소들을 결합해 자연이 주는 치유력을 극대화함으로써 인간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요법을 일컫는다. 한의학의 천인상응론(天人相應論)은 인간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을 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개념을 중심으로 한다. 

천인상응(天人相應)의 의미는 사람과 자연은 서로 반응하여, 변화하며 닮아가는 교감 또는 합일을 강조하는 한의학적 개념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자연환경을 고려하는데, 특히 시간, 장소 그리고 개인적 특성을 강조한다. 이를 인시제의, 인지제의, 인인제의(因时制宜、因地制宜、因人制宜)라고 하는데 산림치유는 이 중에서 산림이라는 공간을 바탕으로 계절의 변화에 따른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치유과정 일체를 의미한다. 

산림치유 자체가 이미 한의학 원리에 부합한 치료법의 하나로 한의학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는 분야인 것이다. 푸르름을 간직하던 여름을 지나 여러 가지 다양한 색으로 물드는 가을의 숲을 찾아, 숲이 주는 무한한 치유의 선물들을 만끽해보면 좋지 않을까?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