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은 필요 없어, 방탄소년단이니까 [쿡리뷰]

허락은 필요 없어, 방탄소년단이니까 [쿡리뷰]

기사승인 2021-10-24 22:22:37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RM과 정국.   빅히트뮤직.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한 때 5만 관객으로 가득 찼던, 지금은 텅 빈 객석을 보며 노래하는 심정은 어떨까. 24일 서울 잠실동 올림픽주경기장 무대에 선 그룹 방탄소년단은 “마지막으로 팬 여러분을 본 기억이 떠오른다”(제이홉), “2년 전이 꿈만 같다”(슈가)고 털어놨다. 전 세계가 감염병 덫에 걸린 지 2년여. 신음이 깊어질수록 방탄소년단은 있는 힘껏 희망을 노래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온라인으로만 중계된 이날 공연에서도 그랬다. RM은 “이 공연이 전하고자 하는 단 하나의 메시지는 방탄소년단과 아미(방탄소년단 팬덤)가 서로에게 보내는 간절한 응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 이후 꼭 1년 만에 선보이는 공연이었다. 다양한 무대 세트, 관객과의 화상 연결 등 온라인 스트리밍 환경을 적극 활용했던 지난 공연과 달리, 이번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PERMISSION TO DANCE ON STAGE)는 오프라인 대면 공연의 에너지를 안방으로 침투시키는 데 집중했다. 첫 곡 ‘온’(ON) 무대부터 댄서 수십 명을 동원해 웅장한 무대를 연출했다. 화려한 불 쇼(‘불타오르네’)와 푸드덕 대는 깃털 소리(‘블랙스완’)가 금세 관객을 몰입시켰다.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이 시간만큼은 무거운 고민이나 복잡한 생각은 내려놓으세요.”(지민) “다른 누군가의 허락, 필요 없습니다. 저희와 함께 춤을 춰주세요.”(RM) 비장미를 걷어낸 방탄소년단은 잠실벌을 축제 현장으로 뒤바꿨다.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버터’(Butter) 등 미국 빌보드 1위곡들은 물론, ‘뱁새’ ‘아이 니드 유’(I NEED U) 같은 옛 곡, 지난해 발매했으나 제대로 선보일 기회가 없었던 ‘비’(BE) 음반 수록곡 ‘스테이’(Stay) ‘병’ ‘잠시’ 등 24곡을 골고루 선곡해 150분을 채웠다. 밴드가 연주하는 라이브 음악이 흥을 돋웠고 방탄소년단은 프리스타일로 춤을 추며 자유를 만끽했다. 전날 리허설 도중 종아리 근육에 통증을 느껴 춤을 추지 않기로 한 뷔도 신이 났는지 고개를 까딱이며 팔을 휘둘렀다.

데뷔 초부터 꾸준히 공연을 열며 실력을 다져온 방탄소년단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혹독한 사춘기를 겪었다. “동력이 사라지는 느낌”(RM)과 “불타던 심지가 꺼져가는 기분”(정국)에 혼란스러웠다. 그럼에도 이들은 스스로를 절망에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날 공연에 삽입된 유엔총회 연설에서 방탄소년단은 ‘희망’과 ‘가능성’으로 미래 세대를 호명했다. “우리 미래 세대는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아니라 ‘웰컴 제너레이션’이 더 잘 어울린다”는 연설 내용처럼, 일곱 청년들 역시 변화를 향해 똑바로 걸어간다. 첫 발은 미국에서 뗀다. 이들은 오는 11월27일부터 12월2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오프라인 공연을 연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해외에서 처음 열리는 K팝 대규모 공연이다. 소속사 하이브에 따르면 마지막 LA 공연은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될 예정이다.

비주얼 이펙트 뷰(VEV)를 활용한 중계 장면.   빅히트뮤직
“떨어지더라도 우린 어떻게 착륙할지 알거든”(Cause when we fall we know how to land) 마지막 곡 ‘퍼미션 투 댄스’에서 방탄소년단은 이렇고 노래한다. 이 곡 안무엔 ‘즐겁다’ ‘춤추다’ ‘평화’를 뜻하는 국제 수어가 포함됐다. 2016년 낸 ‘에필로그: 영 포에버’(EPILOGUE : Young Forever)에서 끊임없이 전진하겠다는 다짐을 토해냈던 방탄소년단은 이제 앞이 아닌 옆을 보며 품을 넓힌다. RM은 “‘퍼미션 투 댄스’에 맞춰 춤 추는 여러분 영상을 보며 우리가 얼마나 큰 위로를 얻었는지 상상도 못 하실 것”이라며 “우리와 함께 춤 출 여러분을 상상하면서 무대를 만들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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