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종합식품기업 ‘하림’이 계열사 ‘한국썸벧판매㈜’(현 올품)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48억8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올품은 하림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지분 100% 소유한 회사다. 이달에만 두 번 과징금을 부과받은 하림은 100억원이 넘은 금액을 과징금으로 물게 됐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하림 계열사들이 특수관계인(총수의 장남)의 회사에 부당 이익을 제공한 사실을 적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하림 지배구조 정점 장남 회사 ‘올품’
공정위에 따르면 하림은 2010년 8월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에게 올품 법인 지분을 증여하는 방식의 경영권 승계 방안을 검토했다. 하림은 2011년 1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정에서 한국썸벧판매와 한국썸벧을 지주회사 체제 밖에 존치시키면서, 지배구조의 정점에 뒀다.
김 회장은 2012년 올품 지분 100%를 장남 김준영에게 증여해 김준영씨는 제일홀딩스(현 하림지주)의 최대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한국썸벧판매가 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회사가 되면서 하림그룹에서는 지원을 통해 상속재원을 마련, 그룹 경영권을 유지·강화하려는 유인구조가 형성됐다.
◇‘한국썸벧’ 양돈용 동물약품 사업에 하림 본격 지원
당초 한국썸벧은 양계용 동물약품만 제조했으나 2012년경부터 동물약품 전체 시장에서 40%가 넘는 양돈용 동물약품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복제약의 경우 가격이나 품질 측면에서 타사 제품과 차별화가 어렵고, 사업 역량이 검증되지 않아 매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하림은 크게 세 분야에서 한국썸벧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동물약품 고가매입 △사료첨가제 통행세 거래 △올품 주식 저가 매각 등이다.
계열농장들은 올품이 대리점들로부터 구매해 공급하는 동물약품을 올품이 책정한 높은 가격으로 구매했다. 올품이 대리점에 계열농장 거래에서 높은 판매마진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핵심 대리점별로 자사 제품 판매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조건으로 계열농장 거래에서 높은 판매마진을 보장해 대리점들이 타사 제품보다 자사 제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도록 하는 유인체계를 구축했다. 계열농장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2012년 1월부터 동물약품 거래단계에 올품을 새롭게 추가해 소요 동물약품을 올품을 통해서만 공급받게 됐다.
계열농장들은 자신들의 구매물량 전체를 올품에 몰아주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사용하던 타사 제품을 가격, 품질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비교 없이 단지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자사 제품으로 대체 구매했다. 그 결과 계열농장들의 자사 제품 사용 비중이 급증했다.
당초 통합구매를 도입한 목적은 대량구매를 통한 비용절감에 있었으나, 올품은 자사 제품의 판매목표를 달성한 대리점에 계열농장 거래에서 높은 판매마진을 제공하기 위해 계열농장 판매가격을 시중가격보다도 오히려 높게 책정했다.
올품은 대리점의 적극적인 자사 제품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 계열농장에 동물약품을 공급하는 대리점별로 자사 제품의 판매목표를 설정하기도 했다. 이를 달성하는 대리점에 내부시장에 대한 높은 판매마진을 제공하는 소위 충성 리베이트(Loyalty Rebate) 전략을 사용했다. 이후 2012~2016년 기간 자사 제품의 대리점 외부 매출액은 지원행위 이전(2011년 40억원)보다 약 2.6배(2016년 105억원) 대폭 증가했다.
계열 사료회사들은 자신들이 직접 거래하던 사료첨가제 제조사에 기존 직구매 단가 대비 약 3% 인하한 가격으로 올품에 공급할 것을 요구했다. 사료첨가제 제조사들은 이를 수용했다.
3% 단가 인하로 인한 차액은 모두 올품에 중간마진으로 귀속됐다. 계열 사료회사들은 기존 직구매 단가 그대로 단지 올품을 거쳐 구매하게 된 것이므로 통합구매로 인한 원가절감 효과는 발생하지 않았다.
올품은 통합구매 수행 대가로 약 3%의 중간마진을 수취했음에도 계열 사료회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거래상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
2013년에는 하림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시도하면서 올품의 NS쇼핑 주식 3.1% 보유가 자회사 행위제한규정에 위반돼 이를 해소할 과제를 안게 됐다.
올품 주식을 매각은 거래당사자인 제일홀딩스와 한국썸벧판매가 배제되고 동일인의 경영권 지원조직인 그룹본부 경영지원팀에서 전담해 진행했는데, 주식가치의 평가도 매수자인 올품에게 유리한 방법(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의 평가방법)으로 결정됐다.
그 결과, 주식가치를 상증세법으로 평가해 NS쇼핑의 주식가치는 취득원가인 주당 7850원으로 산정돼 NS쇼핑의 주식가치는 올품 주식가치에 주당 4675원으로 반영돼 주당 1129원으로 최종 평가됐다.
◇공정위, 부당 지원 참여한 8개 하림 계열사에 과징금 철퇴
공정위는 지원에 참여한 하림 계열사에 각각 △㈜팜스코 5억1500만원 △농업회사법인㈜팜스코바이오인티 7억4900만원 △대성축산영농조합법인 1억5900만원 △농업회사법인㈜포크랜드 5000만원 △농업회사법인㈜선진한마을 3억5200만원 △㈜선진 1억1200만원 △제일사료㈜ 2억4700만원 △㈜하림지주 16억2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부당 지원을 받은 현 ㈜올품에는 10억7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계열사들에 의한 지원 금액을 기반으로, 지원객체가 자신이 직접적으로 속한 시장을 넘어, 자신의 자회사가 속한 시장에까지 지원행위의 효과를 전이시킨 행위를 적발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하는 부당지원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법인·개인고발 빠졌다…부당지원 행위 대부분 중견기업 시절이었던 점 고려”
다수의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으나 공정위가 고발 제재는 뺐다. 부당지원 행위 시점 이유가 제일 컸다. 제재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 육 국장은 “부당지원 행위 관련 제재를 집행할 때 공정위는 대규모 집단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하림의 부당지원 행위 시점을 살펴보면 약 6개월이 대기업 집단 지정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육 국장은 “하림 계열사 8개 기업의 부당지원 금액을 70억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기관과 지원 주체별로 뜯어보면 큰 금액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 고발을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달만 공정위 제대 2번…과징금만 100억 넘어
한편 이달 들어 하림의 공정위 제재는 두 번째다. 공정위는 지난 6일 삼계(삼계탕용 닭고기)값과 출고량을 담합한 업체를 무더기로 적발해 2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림은 78억7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하림 계열사 올품도 51억7100만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공정위는 담합 업체 중에서도 죄가 무거운 하림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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