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신규 이사 4인을 선임하려던 남양유업 임시주주총회가 정족수 의결로 부결됐다. 전날 있었던 법원 가처분금지신청 인용 결과 탓이 컸다. 이사회를 교체하려던 홍원식 회장의 계획이 무산되면서 대주주 입지가 좁아지는 분위기다.
29일 오전 9시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남양유업 본사 사옥에서는 남양유업 임시주총이 열렸다. 이번 안건은 ‘신규이사 선임 건’이다. 다만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주총이 시작된 지 약 15분 만에 부결됐다.
상법에 따르면, 주총에서 안건이 논의되기 위해서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가 찬성해야 한다.
이날 주총에 홍원식 회장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 대주주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홍 회장 지분을 매수하기로 했던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을 상대로 제기했던 최대주주(홍원식외 2인)에 대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이 지난 27일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홍 회장 등이 29일 주주총회에서 사내·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며 이를 어기고 의결권을 행사하면 100억원을 한앤컴퍼니에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짧은 시간 내에 끝난 만큼 맹탕 주총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날 주총이 끝난 뒤 남양유업 사옥 앞에서 만난 한 남양유업 소액주주는 “식수만 소개하다가 끝난 것 같다”며 “이곳까지 온 시간이 아깝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소액주주는 “매각이 지연되는 등 계속되는 부정 이슈로 나빠지는 남양유업 이미지에 대리점, 주주들에게도 피해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매매 계약 당사자인 회장이나 지금 사태에 대해 따져 물을 임원진도 참석하지 않은 주총이었다. 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고 하소연했다.
회사 내 불안정한 분위기에 임직원들도 불안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날 주총이 끝난 뒤 문을태 남양유업 노조위원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매각 당사자 간 다툼에 회사 경영도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대리점, 임직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매각 관련 본안 소송을 진행과는 별도로 남양유업 회사 경영은 조속히 안정화되길 바라는 게 직원들의 바람”이라고 이야기했다.
문 위원장은 경영혁신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경영진 교체 등을 회사에 요구한 상황”이라며 “경영 혁신을 위한 다수의 요구사항을 사측에 전달했다. 이들이 이뤄지지 않으면 고강도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다만 주총에서 논의되지 못한 사안은 이날 오후 2시 열릴 이사회에서 이야기 될 예정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주총에서 의논되지 못한 추후 남양유업 경영 방향은 이사회에서 의논될 예정”이라며 “이사회에서 의논되는 사항은 추후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사회에는 홍 회장도 참석해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전해졌다.
남양유업 논란은 지난 4월13일 불거졌다. 남양유업은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을 열고 불가리스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불가리스가 ‘인플루엔자’(H1N1)를 99.999%까지 사멸, 코로나19 바이러스 77.8% 저감 효과를 냈다는 게 발표의 주요 골자였다.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 이광범 전 대표이사, 박종수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 본부장급 2명 등 총 4명을 불구속 송치됐다. 서울경찰청은 “불가리스가 감기·코로나19 등 질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박 소장에 대해서는 과장 광고 혐의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불가리스 논란이 거세지자 홍 회장 일가는 5월27일 한앤코에 지분 53.08%를 3107억2916만원에 매각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종결일은 7월30일 오전 10시로 홍 회장은 오전 9시 회사 매각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홍 회장은 거래 종결 당일 준비가 필요하다며 주주총회를 지난달 14일로 연기하고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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