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하고 배상하라” 강제동원 판결 3년 맞았지만

“사죄하고 배상하라” 강제동원 판결 3년 맞았지만

기사승인 2021-10-30 06:22:01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씨가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확정받고 눈물짓고 있다.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일본 전범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지 3년이 지났다. 배상도, 사과도 요원하다.
 
30일 대법원이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내린 지 3년을 맞았다.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0월30일 이춘식(97)씨 등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일본 전범 기업들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배상이 이미 끝났다는 입장이다. 일본제철이 꿈쩍하지 않자 다시 피해자들이 나섰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본제철이 국내에 보유한 자산에 대한 압류와 매각을 법원에 요청했다. 이를 매각해 배상받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본제철에서는 압류 명령에 대해 항고와 재항고를 반복하고 있다. 배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다. 

또 다른 강제동원 배상 판결도 마찬가지다. 2018년 11월 법원은 전범 기업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강제동원 근로정신대 피해자 5명에게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배상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대전지법은 지난달 27일 미쓰비시 중공업이 국내에 보유한 상표권과 특허권을 매각, 피해자들이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미쓰비시는 이에 또다시 불복, 항고했다.
 
일제시대 강제 동원 피해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판결 3년을 맞이해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10.30 강제 동원 대법원판결 3년, 강제 동원 피해자 및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해자들의 사진을 들고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들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와 기업의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했다. 이들은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과 사죄, 과거청산에 대한 노력은커녕 역사왜곡을 되풀이하는 일본 정부가 판결 이행을 방해하고 있다”며 “전범기업은 일본 정부 뒤에 숨어 피해자들이 돌아가기만을 기다린다”고 비판했다.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대다수는 90대 이상의 고령이다. 일본제철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 원고 4명 중 이씨를 제외한 3명의 피해자는 판결을 듣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배상 판결 후 이행을 기다리다 떠난 이들도 있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5명 중 2명은 2018년 11월 배상 판결 이후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2월 기준,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는 3140명이다. 이중 94.6%는 90대 이상이다. 

강제동원 피해자 고(故) 이상주씨가 지난 2017년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 이씨는 17살이었던 1940년 일본 이와테현 가마이시 제철소로 강제동원됐다. 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또다른 강제동원 피해 소송의 원고로 참여했다. 지난 2019년 2월, 확정 판결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박효상 기자 

강제동원 피해자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해온 임재성 변호사는 “배상 확정판결이 났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사과도, 배상도 전혀 없다”며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판결 후 변화를 기대했는데 그 결과가 온전히 이들의 손에 쥐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을 대리했던 입장에서 면목이 없고 죄송스럽다”며 “일본 기업에서 판결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국언 근로정신대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는 “사법 결과를 무참하게 외면 중인 피고 기업과 배상을 막고 있는 일본의 처사를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우리 정부도 판결이 관철되도록 역할을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모집과 관 알선, 징용 등으로 형태를 바꿔가며 조선인을 강제동원했다. 국내를 비롯해 일본과 사할린, 남양군도로 800만명이 끌려갔다. 이중 최소 60만명 이상은 죽거나 행방불명됐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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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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