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프란치스코 교황)
바티칸 교황궁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오전(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방북을 공식 제안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간 여러 차례 방북 의사를 밝혔다. 2018년 10월 문 대통령과 면담했을 당시에도 “북한이 공식적으로 초청하면 북한에 갈 수 있다”고 답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11월 이임하는 이백만 주교황청 대사 접견자리에서 “나도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4월과 8월에도 “준비되면 북한에 가겠다” “북한에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다만 AP 통신에 따르면 바티칸은 이날 낸 성명에서 ‘여행(방북)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AP 통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을 고려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교황청 외교 의전 상 교황이 북한을 방문하려면 북한 측의 공식 초청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북한이 교황청과 직접 교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바티칸에는 북한 대사가 주재하고 있지 않고, 이탈리아에 있는 북한 대사관도 교황청과는 특별한 교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되면 남북관계 분위기를 바꿀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나온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협상 특사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해 “대화 분위기 개선에는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황의 북한 방문이 이뤄지면 남북대화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익센터 한국학 선임국장은 “교황이 가까운 시일 내에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며 “문재인 정부가 희망하는 평화체제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 방북 자체가 북한 내 인권 문제에 관심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천주교 수장으로서 교황은 도덕적, 종교적, 윤리적, 인권적 측면에서 위상이 있다”면서 교황 방북이 독재국가 내 인권 상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교황이 북한 내 종교 활동을 허용하는 문제를 분명 언급할 것 같다”고 봤다.
다만 킹 전 특사는 “북한 당국이 종교에 대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면서 “교황 방북은 김정은이 갖고자 하는 지위와 위신, 관심을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