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 “우리는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다” [쿠키인터뷰]

CL “우리는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다”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1-11-03 07:00:13
데뷔 13년 만에 첫 솔로 정규음반을 낸 가수 CL.   베리체리.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여왕벌, 주인공,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가수 CL은 스물세 살이던 2013년 자신을 이렇게 뽐냈다. 이 가사가 나오는 노래 제목처럼 CL은 한 마디로 ‘나쁜 기집애’였다. 그는 쇼 비즈니스 세계가 규정한 ‘여성 아이돌 표준’에 개의치 않았다. 위협적일 만큼 강했고 거침없었다.

“룰(규칙)을 깨고 싶은 마음은 그룹 투애니원(2NE1)으로 활동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어요. 어떤 공식 밖의 행동을 하고 싶어요.” 최근 유튜브에 공개한 셀프 인터뷰 영상에서 CL은 이렇게 말했다. 그가 2019년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난 뒤 ‘인디펜던트(독립) 아티스트’를 자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CL은 쿠키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K팝 아이돌 활동 이후의 행보를 규정하는 룰을 깨고 싶다. 그것을 향한 시선, (틀에 박힌) 이미지를 깨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공개한 정규 1집 ‘알파’(ALPHA)는 CL이 직접 꾸린 창작 팀 ‘베리체리’와 함께 작업한 음반이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어가며 만들었다는 이 음반엔 두 가지가 없다. 첫째는 ‘피처링’이고, 둘째는 ‘타이틀곡’이다. CL은 “내 사운드와 청사진을 보여주고 싶다”며 피처링 없이 자기 목소리로만 음반을 채웠다. 타이틀곡에만 자본을 집중하는 기존 홍보 방식에서도 벗어나 전곡에 고른 애정과 관심을 쏟았다. 그는 “인디펜던트 아티스트가 누릴 수 있는 럭셔리(사치)”라며 웃었다.

CL.   베리체리.
음반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용기’. CL은 “‘우리는 두려움을 넘어서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늘 자신만만해 보이는 CL에게도 용기가 필요한 순간은 많았다. “스스로를 고민하다보면 보완하고 싶은 점들이 생기고, 거기에 집중하다 자신감을 잃기도 해요. 하지만 그런 시간을 거치면서 무엇을 바꾸고 채워야 하는지 알게 됐죠. 극복하는 방법을 마주하면서 용기 내 도전할 수도 있었어요.” 성찰하며 쌓아올린 자기 확신은 주변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나답게’ 살 수 있는 힘이 됐다. CL은 신보에서 “끝이라고 생각했다면 빙산의 일각”이라며 “내가 걸어온 대로 그대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달콤한 멜로디와 랩이 어우러진 ‘렛 잇’(Let It)은 CL표 ‘힐링 송’이다. CL은 ‘물이 돼라’(Be like water)는 배우 이소룡의 말에서 영감을 얻어 이 곡을 썼다. 주변 사람들이 ‘파도를 타야 멀리 갈 수 있다’고 조언할 때 그는 ‘물 자체가 되자’며 자신을 다잡았다. “파도를 타려면 제 의지와 상관없이 상황에 맞춰야 하는 일이 생기잖아요. 반면 물은 그 자체로 가진 힘이 커요. 그저 편안하게 흘러가면 되니까요.” CL은 인터넷 방송에서 투애니원 멤버였던 박봄·산다라박과 함께 부른 ‘렛 잇’을 깜짝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예전이 생각나면서 그 때로 돌아간 느낌도 들었다”며 “투애니원 버전으로 녹음이 완성되면 발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CL.   베리체리.
사적 존재인 이채린(CL 본명)으로 산 지 16년, CL이라는 페르소나를 쓴 지가 14년. 한 때 “이채린이 쓰지 않는 감정들을 CL이 쓰다 보니, 이채린의 취향이 흐려지는 것 같아” 고민하던 CL은 이제 두 자아 모두 자신의 일부임을 받아들인다. 그는 “CL과 이채린이 만나 하나가 됐을 때가 나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알파’를 만들었다. 2014년 미국 시장에 진출해 ‘아시아 여성은 소극적이고 순종적’이라는 서구의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쓰러뜨렸던 그는 신보 ‘알파’로 국적과 성별을 초월해 자신의 길을 가게 하는 힘을 전한다. CL은 여전히 위협적일 만큼 강하고 거침없다.

“남들과 다른 사람들이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자기 자신을 표현해내는 모습을 보며 많은 용기와 영감을 얻었어요. 저도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서 정해진 틀을 깨고 활동하면서 ‘이래도 된다’ ‘용기를 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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