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차이 났어요’… 담원 기아의 기자회견이 웃음바다가 된 이유 [롤드컵] 

‘탑 차이 났어요’… 담원 기아의 기자회견이 웃음바다가 된 이유 [롤드컵] 

기사승인 2021-11-07 03:52:24
'칸' 김동하.   라이엇 게임즈 제공


우승컵을 코앞에서 놓쳤는데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예상치 못한 기자회견 분위기가 나온 배경에는 은퇴를 앞둔 맏형 ‘칸’ 김동하(25)의 노력이 있었다. 

담원 게이밍 기아는 6일 오후 9시(한국시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2021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에드워드 게이밍(EDG)과의 결승전에서 2대 3으로 패했다. 지난해 롤드컵에서 우승한 담원 기아는 대회 2연패를 노렸으나,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 종료 직후, 굳은 표정으로 텅 빈 모니터를 응시하던 담원 기아 선수단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선 이상하리만치 밝은 얼굴이었다.  지난 5월 열린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결승전에서 2대 3으로 패한 뒤 침묵 속에 진행된 기자회견과는 상반됐다.

은밀한 웃음기가 가득했던 회견장은, ‘쇼메이커’ 허수가 내뱉은 말 한마디에 폭소로 뒤덮였다. 

허수는 담원 기아가 EDG에 비해 무엇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EDG가 준비를 잘 해 왔던 것 같다”면서도 “저희 쪽에서는 (김)동하 형이 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다소 아쉬운 활약을 보인 김동하였기에 논란이 될 수도 있는 발언이었지만, 오히려 김동하를 비롯한 담원 기아 선수단은 소리 내어 웃으며 상황을 즐겼다. 

이날 아쉬운 점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도 “동하 형”이라며 농담을 던진 허수는, 이내 담원 기아의 반전 인터뷰가 나온 배경을 취재진에게 전했다. 

그는 “경기가 끝나고 멍하게 있었는데 살면서 여러 가지 실패들이 있지 않나. 동하 형이 마지막 가는 길, 재미있게 해달라고 해서 (팀원들과) 유쾌한 기자회견을 열어보자고 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김동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지만, 담원 기아 내에서 유일하게 롤드컵 우승 경험이 없는 선수다. LCK에서 6차례 우승하는 등 굵직한 커리어를 쌓은 것과는 별개로 국제 무대와는 연이 없었다. 은퇴를 앞둔 그는 올해 담원 기아로 이적해 마지막 불꽃을 불살랐지만 결국 국제 대회 무관으로 커리어를 마무리하게 됐다. 아쉬움이 매우 클 법도 한데, 김동하는 눈물보다는 웃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기억되길 원했다.

김동하는 “내가 19살 때 데뷔해서 27살인데. 8년 동안 추하게 바득바득 올라와 기어코 결승 무대까지 서게 됐다. 돌아보면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좋은 팀과 팀원들을 만나서 좋은 기억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준우승을 했지만 준우승도 우승이기 때문에 마지막 내가 가는 길은 웃으면서 보내줬으면 좋겠다. 누가 잘했다, 못했다 싸울 필요 없다. 고생 해준 팀원과 코칭스태프 모두 내년, 내후년 미래가 남아있는 사람들이다. 응원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작심한 듯 발언을 이어갔다. 김동하는 “우리 팀이 준우승을 했지만 죄를 지은 건 아니다. 죄송해 보인다거나, 침울해 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T1, 한화생명 선수들 모두 LCK의 미래다. 내년과 미래가 있는 선수들이니 응원해주면 좋겠다. 중국 사람은 중국팀을 응원하고, 유럽 사람은 유럽팀을 응원한다. 우리도 유쾌하게 보내줄 수 있는 그런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 도와달라”며 채찍질보단 격려와 응원을 해달라고 팬들에게 당부했다.

또 그는 “우리 모두 다 떳떳하게 열심히 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마지막까지 노력했다. 분한 감정보다는 상대가 준비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며 “그간 나도 너무 침울하게 기자회견을 해왔는데 안타깝다. 충분히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나는 그랬지만 여러분은 그럴 필요 없다”며 후배들을 향해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이어 프로생활을 함께 한 수많은 팀원들, 응원해준 가족과 여자친구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마지막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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