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원, 7만원, 10만원. 점점 올라가는 요소수 거래 가격 사이 ‘무료’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기 위해 무료 나눔에 나선 이들이 있다.
이익을 포기하고 온정의 손길을 내민 이들을 9일 쿠키뉴스가 만나봤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정우찬(23)씨는 8일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 요소수 10ℓ 1통을 무료 나눔 한다는 게시글을 작성했다. 정씨에게 연락한 사람은 모두 38명이었다. 이 중 요소수 1통을 경기 구리시에 사는 화물차 운송업자에게 전달했다. 운송업자는 2.5t 식자재 지입차를 운행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요소수 대란’이 일어나면서 운전자들이 생계가 달린 화물차 운행을 못 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라며 “소방서 등 관공서에 시민이 요소수를 두고 가는 모습을 보고 여분을 무료 나눔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리에 거주하시기 때문에 오고 가는 비용이 더 들까 싶었다. 제가 그쪽으로 가서 요소수를 드렸다”라며 “받으시는 분이 감사하다며 귤 한 박스와 과자를 포장해 주셨다”고 밝혔다.
남양주에 있는 자동차 튜닝 전문점을 운영하는 40대 이모씨도 요소수 무료 나눔에 동참했다. 그는 온라인 카페 2곳에 요소수 10ℓ 6통을 무료로 나눈다는 글을 각각 게시했다. 총 12통이다. 이씨는 게시글에 “요즘 요소수 대란이라는 기사를 보고 조금이나마 보답 드리고자 한다. 가급적 경고등 먼저 들어온 급한 분이 가져가셨으면 좋겠다”라고 적었다. 이씨는 게시글을 통해 약속한 12통보다 많은 20통을 무료나눔했다. 8통의 여분을 더 준비했다. 뒤늦게 게시물을 확인한 이들을 위한 배려였다.
이씨는 “그동안 많은 고객이 매장을 찾아주셨기 때문에 먹고 살 수 있었다. 힘든 시기에 다 같이 쓰자는 의미에서 나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요소수를 받기 위해) 충북 충주에서 어머니와 함께 올라온 분도 계셨다”라며 “감사하다는 의미로 사과즙 한 박스를 주셨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씨는 “어려울 때 기회 삼아 비싸게 파는 분도 있지만, 제가 요소수를 구매하던 당시에는 10만원, 15만원할 때 산 게 아니기 때문에 나누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온정은 이어지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와 중고마켓에는 요소수 구매가 가능한 주유소를 공유하거나 유소수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동네 주유소에 요소수가 있다고 중고마켓에 올라왔어요. 급한 분은 떨어지기 전에 다녀오세요”라고 알렸다. 한 중고 거래 마켓 판매자는 지난 6일 “누군가한테는 생계가 걸린 일에 돈 장난하고 싶지 않다. 같이 힘내요”라는 글과 함께 요소수 디젤용 10ℓ(리터)를 무료로 증정한다고 했다. 소방차가 출동을 못하는 사태를 우려한 시민들이 각 소방서에 요소수를 기부하고 있다.
요소수는 경유 차량 필수품이다. 경유 차량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저감시키는 장치(SCR)에 쓰인다. SCR이 부착된 차량에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지난달 중국에서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 수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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