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약식 기소된 구현모 KT 대표 해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는 가운데 KT는 경영 계약서 상 ‘CEO가 취임 이전에 저지른 부정은 사임 요구가 아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 등 임원 7명은 법인 자금으로 구입한 상품권을 되파는 방식으로 2014년부터 4년간 4억3790만원을 조성해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금을 준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KT새노조는 검찰의 이러한 판단과 지난달 있었던 대규모 통신 장애 책임을 물어 구 대표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KT는 그러나 사임을 권고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CEO 경영계약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임기 중 직무와 관련한 불법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이사회가 사임을 권고할 수 있다.
약식 기소는 주로 벌금형 이하 선고를 받는 걸로 전해진다. KT는 경영 계약 역시 구 대표가 취임할 때부터 투명하게 밝혀온 점을 주지하고 있다.
KT는 그간 CEO리스크에 시달려왔다. 황창규 전 회장을 포함해 요 근래 검찰 조사를 피한 CEO가 없을 정도다. KT는 개혁 일환으로 내부 출신이자 당시 황 전 회장 비서실장이던 구 대표를 선임했다.
그런데 정치자금법 위반사건 피의자가 차기 대표 후보라는 비난이 일자 이사회는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사임 한다’는 조건을 달고 그를 주주총회에 단일 후보로 추천했다.
이사회는 당시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 사임 요청을 받아들인다. 이를 위해 정관 개정 등 후속조치를 추진 한다”고 한 바 있다.
약식 기소를 받았음에도 이사회는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 CEO 견제기구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건에 개입, KT 회계부정 여부를 조사 중이다.
사내도 어수선하다. CEO 무능을 지적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걸로 전해진다. 대규모 인터넷 통신장애도 ‘탈 통신’을 고집하며 기본 통신업을 등한시하는 경영 방침이 초래한 게 아니냐는 후문이다.
통신 장애 사태 원인으로 지목된 주간 네트워크 작업은 오랜 관행이 된 걸로 전해진다. 네트워크 담당 직원이 본업이 아닌 영업 등 기타 업무를 병행하는 상황으로도 알려졌다.
KT새노조 관계자는 “검찰 처분과 미국SEC 조사, 대규모 통신장애를 개별 문제로만 볼게 아니라 구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며 “이런 구조가 지속된다면 같은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KT는 “앞으로도 더욱 컴플라이언스를 강화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