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우여곡절 끝에 호남 일정을 완료했다. 이후 국민의힘 측은 윤 후보의 사과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실제로 광주 민심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보인 사과의 방식과 발언이 다소 부족했던 탓이다.
윤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은 11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본인의 실수에 대해 진솔하고 진지한 태도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후보로서 실수했던 사람이 호남에 대한 여러 가지 배려와 약속을 했다. 진솔한 사죄의 사과를 했다”며 “윤 후보의 실수를 과도한 정치공세로 이끄는 것은 5‧18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광주 민심은 박 전 부의장의 말과 달랐다.
김이종 전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장은 1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너무 괴롭소”라고 표현했다. 이번에도 ‘광주’와 ‘광주정신’이 정치적으로 이용됐다고 생각한 탓이다.
김 전 회장은 “광주는 지금 난리도 아니다. 진정성은 무슨 진정성인가”라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 것 같다. (분노를) 참을 수 없었지만 난 일부러 가지 않았다. 무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호남 방문을 둘러싸고 형식과 일정, 행보 등이 잘못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광주 동구남구갑을 지역구로 둔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가 자신의 발언으로 광주시민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할 생각이 있다고 한다면 국립묘지를 먼저 찾을 게 아니다. 다른 진정성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시민들에게 먼저 진정한 사과의 마음을 전달했어야 했다. 그것이 받아들여졌을 때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면서 국립묘지를 참배했어야 했다”라며 “그것이 상처를 입은 광주에 대한 사과이며 그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5‧18 정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 이사는 “시민들이 실망을 정말 많이 했다. 오히려 가슴에 불만 더 지르고 간 꼴”이라고 돌아봤다.
특히 “자신의 일정을 공개적으로 밝혀놓고 그냥 그대로 하고 간 것”이라며 “전두환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많은 시민들을 만났어야 했다. 특히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사죄를 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일방적으로 사과를 통보한 것”이라며 “나는 사과를 했고 받을지 말지는 알아서 하라는 식의 태도”라고 했다.
김 전 회장도 “(광주)시민과 국민들을 향한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욱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광주와 5‧18을 향한 윤 후보의 분명한 입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광주 5‧18 국립묘지가 위치한 운정동을 지역구로 둔 조오섭 의원은 우선 이를 ‘정치쇼’로 규정했다.
조 의원은 “윤 후보는 학살자 전두환을 옹호하며 광주시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개사과’로 국민을 조롱했다. (이번 광주 방문은) 미리 준비한 한 장짜리 대본의 정치쇼는 예상했던 대로 였다”고 평가했다.
또한 “5·18 역사왜곡 세력 청산과 진상규명, 전두환 국가장 등 현안에 관한 분명한 입장은 하나도 없었다. 추상적이고 영혼 없는 언어들은 그저 하나의 일정을 소화하는 수준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라디오방송을 통해 윤 후보의 광주 방문과 사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박 전 부의장을 향한 비판도 있었다.
윤 의원은 “박 전 부의장과 가까이 지내는 분들은 그런 시각이 있을 수도 있다”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거의 절대다수가 윤 후보의 광주 방문과 관련해 사과의 방식 등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가 없다고 반응한다. 대부분 부정적인 생각들”이라고 설명했다.
조진태 이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 이사는 “박 전 부의장은 광주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아니다. 그쪽에 갔으면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더욱 적극적으로 조언하고 고민했어야 한다”며 “윤 후보는 이쪽 사람들의 고통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관심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다. 덩달아서 이를 옹호하는 (박 전 부의장의) 발언은 오히려 화만 더 부추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광주는 지금 난리다. 박주선이나 김동철‧김경진 등은 진짜 그래서는 안 된다. 세 사람에 대한 (지역의 평가가) 평가가 지금 아주 안 좋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기창 기자 mobyd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