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브레인’ 이선균 “아직 배우로서 부족… 그래서 재미있어요” [쿠키인터뷰]

‘닥터 브레인’ 이선균 “아직 배우로서 부족… 그래서 재미있어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1-11-18 05:59:02
배우 이선균.   애플 TV+ 제공

봉준호 감독 이후 이번엔 김지운 감독이다. 국내 가장 신뢰할 만한 영화감독들이 연이어 선택한 배우는 이선균이다. 이선균은 지난 4일 공개된 애플 TV+(Apple TV+) 오리지널 드라마 ‘닥터 브레인’에서 주인공 고세원 역을 연기했다. 유년시절 어두운 기억을 가진 천재 뇌과학자라는 만화 같은 설정도 이선균이 연기해 현실 속 이야기 같은 신뢰를 줬다. 혼란에 빠졌지만 무너지지 않고 길을 찾아내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고세원의 감정이 이선균의 표정에서 잠깐씩 스친다.

김지운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한국에서 가장 스펙트럼이 넓고 친숙한, 그 안에 무엇이든 집어넣을 수 있는 배우”라고 이선균을 설명했다.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쿠키뉴스와 만난 이선균은 “대한민국 모든 배우들이 김지운 감독의 팬이지 않을까요”라는 말로 맞받아쳤다. 제작발표회에서도, 인터뷰에서도 이선균은 국내에 첫 작품을 선보이는 애플 TV+에 대한 궁금증과 대본의 완성도보다, 김지운 감독의 존재감을 가장 큰 출연 계기로 꼽았다.

“(출연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배우로서 김지운 감독님의 팬이었기 때문이에요. 감독님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게 1번이죠. 두 번째는 애플TV+ 한국 첫 콘텐츠로 공개된다는 점이 컸고, 대본을 몰입감 있고 재밌게 봐서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싶었어요. 여러 가지를 염두에 두지만, 출연을 결정할 때 일단 감독님을 제일 먼저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했던 감독님이나 미팅하면서 신인 감독님에게 믿음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감독님과 그 팀의 선택을 믿는 거죠. ‘닥터 브레인’은 현장도 정말 좋았고, 살갑게 친한 건 아니지만 김지운 감독님을 존경하고 좋아해요. 표현이나 디렉션을 본받고 싶을 정도로 멋진 분이에요.”

애플 TV+오리지널 드라마 ‘닥터 브레인’ 스틸컷.   애플 TV+ 제공

‘닥터 브레인’의 고세원 박사는 연구에 빠져 사는 평범한 과학자가 아니다. 어린 시절 사고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기 때문. tvN ‘비밀의 숲’에서 감정을 잃은 검사로 등장하는 황시목(조승우)과는 다르다. 감정을 느끼는 방법을 잊었을 뿐 완전히 잃어버린 건 아니라 매순간 세원의 표정에 주목하게 된다. 배우로서 감정의 적정선을 표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세원이 감정 없는 정도를 어디까지 표현해야 할까 고민했어요. 말투는 어떻게 하고, 어떻게 호흡해야 할까, 반응은 어떻게 해야 할까 싶었죠. 감정이 없는 것에 너무 초점을 맞추면 서사를 끌고 가는 입장에서 극적 재미가 없어질 수 있으니까요. 어느 정도의 감정은 학습이 되어있지만, 100% 느끼지 못하는 정도의 톤으로 연기했어요. 무섭고 차가운 ‘닥터 브레인’ 장르 톤에 맞게 진지하고 우울한 톤으로 잡고 갔죠.”

인터뷰를 능숙하게 진행하는 이선균의 모습에서 22년차 배우의 여유가 느껴졌다. 인기 드라마에 출연해 높은 시청률도 기록해봤고,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까지 밟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연기에 대한 두려움, 연기하는 재미를 느낀다.

배우 이선균.   애플 TV+ 제공

“제가 지금도 연기하고 있는 게 신기하고 감사해요. 전 아직 배우로서 부족함을 많이 느껴요. 제 연기가 대중들에게 식상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갖고 있고요. 반면 그런 부담이나 부족함을 계속 느껴서 연기가 재미있다는 생각도 해요. 부족한 면을 다음 작품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목표의식이 생기는 점이 배우와 연기의 장점 같아요. 전 일하는 게 좋고, 현장이 좋아요. 힘들게 고민하면서 극복하고 결과를 만드는 과정이 원동력이 되거든요. 한 가정의 가장이자 구성원으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역시 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닥터 브레인’은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이후 이선균이 처음 대중을 만나는 작품이다. ‘기생충’ 이후 작품 선택이나 연기를 대하는 태도에 달라진 점이 있냐는 질문에 한참 생각에 빠졌다. 그의 답은 “달라지지 않았다”였다.

“‘기생충’처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크게 사랑받은 작품에 참여해서 영광이에요. 참여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생각지 못한 영광을 누렸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게 부담이 되거나 변화할 지점이 되진 않았어요. 이후에도 제 기준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아요. 빨리 털어내는 것도 저의 숙제라고 생각해요. 이제 과거니까, 좋든 싫든 잊고 현실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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