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빠진 로맨스’ 위험하고 아찔한 데이팅 앱 판타지 [쿡리뷰]

‘연애 빠진 로맨스’ 위험하고 아찔한 데이팅 앱 판타지 [쿡리뷰]

기사승인 2021-11-19 06:10:01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포스터

언제 연락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두 사람이 있다. 서로 아무런 접점도, 만나라고 눈치주는 사람도 없는 오직 둘만의 관계다.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 진짜 내면을 솔직하고 과감하게 드러낸다. 처음 해보는 낮선 경험이 주는 짜릿함과 재미는 단단했던 마음까지 움직인다. 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기가 두렵다. 2021년, 지금 시대의 연애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감독 정가영)다.

영화는 외로움을 참지 못한 자영(전종서)과 편집장에 떠밀려 19금 칼럼을 쓰게 된 우리(손석구)가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서 우연히 만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진짜 연애는 조금도 기대하지 않고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조금씩 끌린다. 사귄다는 말없이 만남을 이어가던 두 사람의 관계에 어느 날 갑자기 커다란 위기가 찾아온다.

신선한 소재에 재기발랄한 스타일이 더해졌다. 연애를 포기한 지금의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데이팅 앱의 위험성과 언제든 인연이 끊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함은 ‘연애 빠진 로맨스’ 서사의 기반이다. 덕분에 우리와 자영의 만남엔 운명이나 인연처럼 서로를 옭아매거나 질척거리게 하는 장치가 없다. 쿨한 만남이라 나올 수 있는 로맨스의 매력, 그래서 찾아올 수 있는 위험에 영화는 주목한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스틸컷

새로운 이야기를 새로운 재능이 풀어냈다. ‘연애 빠진 로맨스’가 가진 폭발력과 재미는 대부분 인물과 대사의 힘에서 나온다. 배우 전종서가 연기한 자영은 자신의 욕망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데 거침없는 캐릭터다. 비슷한 캐릭터는 이전에도 많았다. 하지만 자영처럼 현실에 있을 것 같은 인물이 쉴 새 없이 명언을 쏟아내는 캐릭터를 만나긴 힘들다. 그동안 독립영화 ‘밤치기’, ‘비치온더비치’ 등 정가영 감독이 만든 작품들에서 볼 수 있던 매력이기도 하다. 그동안 직접 연출하며 연기까지 했던 정 감독은 자신의 첫 상업영화에서 자신의 무기를 대중 앞에 선보였다.

자영과 석구의 만남처럼 위태로운 지점도 존재한다. 동의 없이 상대의 내밀한 이야기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행위를 다루는 장면들이 그렇다. 데이팅 앱으로 인한 만남의 가장 나쁜 예와 가장 좋은 예를 동시에 그리며 위험한 줄타기를 한다. 영화의 의미심장한 결말을 보고 있으면, 성폭행에 가까운 행동을 연애의 한 과정인 것처럼 그렸던 16년 전 영화 ‘연애의 목적’이 떠오르기도 한다. ‘연애 빠진 로맨스’의 문제의식과 결말이 어떤 시선으로 다뤄질지 숙제를 남겼다.

‘버닝’, ‘콜’에서 독특한 인물을 소화한 배우 전종서는 낯선 장르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며 어떤 이야기에서도 자신의 몫을 해낼 것 같은 신뢰를 준다. 전종서가 찌르는 대사들을 유연하게 받아내는 손석구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낸다. 신체 노출이나 직접적인 성적 묘사는 없지만, 10대 청소년들이 관람해도 될 수위인지 의문이다. 포털 사이트 조회수 50만이 나왔다며 언론사에서 보너스를 지급하고 대낮부터 회식을 하는 장면에선 헛웃음이 나온다.

오는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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