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오락가락 행보…‘규제·관리 일관성 없어’

금융당국, 오락가락 행보…‘규제·관리 일관성 없어’

기사승인 2021-11-20 06:16:02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첫 회동을 갖고, 양 기관 간의 협업과 금융현안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의 새로운 수장이 취임한지 100일을 넘겼지만 기존의 당국 기조와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시장 친화적인 기조 변화로 윤석헌 전 원장의 그림자를 지웠고,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강도 높은 대출 규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조도 여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금감원은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논란에 반발을 사자 곧바로 은행권을 소집해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에 나섰다. 우리금융지주 징계와 관련해서도 여론의 반발이 커지자 곧바로 항소에 들어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취임 이후 강도 높은 전세대출를 실행했으나 여론의 반발로 다소 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행보는 자칫 금융당국이 여론에 따라 기조를 수시로 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 정은보 금감원장, 윤석헌 지우기 행보…여론 들끓자 선회

이달 12일 취임 100일을 맞은 정은보 체제의 금감원은 처벌과 규제 보다는 ‘시장친화적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정은보 원장은 취임하고 얼마 뒤 금융지주 회장과 시중 은행장, 지방은행장들을 차례로 만나면서 친시장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전임 금감원장이었던 윤석헌 체제의 금감원의 이미지를 탈색하고 나선 것이다. 윤석헌 전 원장 시절 금감원은 소비자보호 및 재제 중심이었다. 윤 전 원장은 종합검사 부활과 키코 사태 재조사를 추진했고, 금융사고(사모펀드)와 관련해 금융권 수장(CEO·최고경영자)를 징계하기도 했다. 반면 정은보 체제는 규제와 징계에 방점을 두기 보다는 사전적인 예방을 위한 감독방향으로 돌아섰다. 이미 정 원장은 지난 8월6일 취임식을 진행하며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시장친화적 행보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정의연대는 “시장을 감독하고 교란 행위를 제재해야할 금융감독원의 장(長)이 친시장 행보를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원장이 없애겠다는 뜻을 밝힌 종합검사는 2015년 금융회사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폐지됐다가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2019년 부활한 것으로, 부재 시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이 타격을 입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논란이 커지자 금감원은 최근 우리금융그룹의 종합검사를 시행했다. 반발 여론과 더불어 코로나19 이후 금융사의 부실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와서다. 

◇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 고승범 위원장…단기간 정책 변경으로 혼란 야기

금융위원회는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서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 내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금융소비자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취임 직후 가계부채 관리에 방점을 찍으며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히 전세대출로 인한 갭투자 문제가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떠오르자 곧바로 은행권에 대출 규제를 지시했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대출 총량 문제에 직면하자 전세대출 신청을 거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전세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정책을 선회하기로 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대출 규제를 관리하겠다는 명목으로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31∼4.81% 수준까지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고정금리)는 3.97∼5.37%로 집계됐다. 

금리 인상을 했지만 아직까지 기준금리는 0.75%로 제로금리에 가깝다. 그럼에도 대출이자가 급격하게 오른 것은 은행권이 일제히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낮춘 탓이다. 

대출 금리 부담이 기준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1년 6월 기준 기준금리는 3.25%였으나 그해 신용대출 금리는 5.2%였다. 오히려 기준금리가 높았던 당시와 비교한다면 은행들의 이자 장사 놀이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최근의 가계대출 금리 급등에 대해 “시장에서 결정되는 금리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긴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7년 시중은행이 가산금리 인상을 높인 것에 대해 통제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입장을 다시 선회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찬우 수석부원장 주재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 은행연합회 임원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대출금리와 관련해서는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금융당국 기조가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 기조는 바뀐 적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전날 금융당국의 입장 발표에서 밝힌 면밀한 모니터링의 틀에서 회의를 소집한 것”이라고 답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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