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민간위탁기관과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가 민간위탁사업과 관련한 예산을 삭감하는 등 사업에 제동을 걸자 시민단체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민간위탁제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행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노들섬 운영업체를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민간위탁사업비를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민간위탁사업비는 관련 규정 등에 따라 회계연도가 종료되면 잔액을 시에 반납해야 하지만 감사 결과 계약서를 허위 작성해 대금을 다시 돌려받는 수법으로 약 5600만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사실이 적발됐다는 게 감사위원회의 설명이다.
또 시는 ‘서울로걷다’ 컨소시엄이 맡고 있는 ‘서울로 7017’ 운영이 내년부터 시 직영으로 전환했다. 서울로 7017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 같은 명소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추진돼 2017년 5월 개장했다. 하지만 난간 높이가 낮아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2017년 개장 열흘 만에 외국인이 투신한 사건에 이어 작년에도 두번째 투신이 발생했다. 서울시는 중대재해법 시행 시점에 맞춰 안전 확보를 위해 직영으로 전환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시는 내년도 예산 발표를 통해 지난 10년간 추진한 민간위탁·보조금 사업에서 832억원을 삭감했다. 지난해 관련 예산 1788억원 중 약 47%를 줄인 것이다. 시는 민간보조 사업 예산을 올해 670억8700만원에서 내년 360억8100만원으로 310억600만원(46.2%) 감액했다. 민간위탁 사업은 기존 1117억2900만원에서 595억6300만원으로 521억6600만원(46.7%) 삭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서울시의 민간위탁사업 폐지 행동에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사업에 참여한 300여 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퇴행적인 서울시정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 준비위원회는 최근 서울시의 민간위탁 폐기 및 직영화, 예산 삭감 등에 대한 주제로 진행했다.
이날 김선미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공동대표는 “주거문제를 가진 주민들과 현장에서 기반을 두고 절치부심 다져온 주거복지현장에 정치적 선택이란 이유로 절차적 정당성도 없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예산·사업 등에) 칼을 들이대는 행정의 행태를 비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민간위탁사업의 감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문유진 무중력지대 양천센터장도 “청년공간과 같이 청년들을 근거리에서 만나고 지원하는 민간위탁기관의 역할이 축소된다면 장기적으로 청년정책을 추진하는 데 더 많은 행정력과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참여를 제한하고 민간위탁기관의 성과를 무너뜨릴 때가 아니라 지금까지 시정에 참여해 온 청년들의 손을 잡고 민간위탁기관과의 협업을 더 확대해 나가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서울시에게 협치를 강조했다. 김정열 서울마을자치센터연합 이사장은 “민간위탁이든 혹은 마을이나 자치에 관한 정책이든 그것은 정치인 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주권재민의 틀에서 보아야 하고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모든 권한이 시민에게 있다”면서 “이와 관련한 의사를 물어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하여 더 좋은 제도로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