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집살이 6년차, 내 집 마련 꿈은 꾸지만…”

“남집살이 6년차, 내 집 마련 꿈은 꾸지만…”

대통령님, 이것만은 꼭! - 주거편

기사승인 2021-12-01 08:55:54
“마음 줄 후보가 없다.” 요즘 여론조사에서 엿볼 수 있는 청년들의 마음이다. 

KBS가 대선을 100일 앞둔 시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11월 26~28일,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연령별 투표의향에서 18~29세의 응답률은 71.7%(평균 85.3%)로 가장 낮았다. 대선후보 지지도에서도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는 18~29세의 응답이 23.2%(12.1%)로 다른 연령에 비해 가장 높았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대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대선후보들의 ‘청년 정책’은 물음표다. 정책경쟁은 없고 ‘네거티브’전만 남았다. ‘더 좋은 미래’를 약속할 후보가 누군지 구별하기도 어렵다. ‘흑색’으로 가득 찬 대선전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바뀔 순 없을까. 그래서 청년의 목소리를 쿠키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주거부터 일자리까지, 직접 청년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대선후보들을 향해 ‘진짜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다. 

‘남집살이 햇수로 6년차’ 대학생 A씨를 30일 동작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1997년생, 16학번 대학생이자 취업준비생 A씨는 서울에서만 4번의 이사를 경험했다. A씨가 바라는 대통령은 단순했다. “우리의 현실을 가장 잘 알고있는 대통령”이다.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500만원. 서울에서 집 구하기엔 어림도 없는 금액이더라고요.”

-어떻게 처음 독립을 하게 됐나? 첫 집이 기억나는가

원래 지방 사람이다. 서울권 대학에 합격해 올라왔다. 원래 기숙사를 생각했지만, 기숙사 수용 인원이 턱없이 적었다. 수시 면접 점수로 기숙사 거주 인원을 선발했는데 뽑히지 못했다. 
첫 자취방은 신대방역 인근이었다. 여름엔 습기가 차서 곰팡이로 꽤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비가 올 때 창문을 열어놓으면 반지하라서 빗방울이 길바닥에서 튀겼다.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아이컨택도 종종 있었다. 부모님이 서울에 계시는 친구들이 부럽더라. 

-서울에서 혼자 집을 찾는 게 어려운 일이었을 것 같다. 가장 최악의 순간을 꼽자면?

서울에서 총 4차례 이사를 경험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집을 구해야 하니 막막하고 답답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악은 내가 번 돈으로 살 수 있는 집이 없다는 순간이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500만원을 모았다. 새내기였던 2016년에는 500만원 정도면 괜찮은 집, 신축 원룸까지도 잘 하면 구할 수 있었는데 2019년이 되니 어림도 없는 금액이더라. 전세가도 올랐다지만, 3년 새 월세 보증금도 엄청나게 올랐다. 열심히 번 돈으로 구할 수 있는 방이 최대 반지하라는 현실이 허탈했다. 

-대개 “자취 로망”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도 느꼈을 것 같다

원하는 가구와 소품으로 방을 꾸미고 친구들을 불러 파티도 하고 등등. 지금도 자취 로망은 많다. 현실을 느꼈을 뿐이다. 현실은 반지하고 실평수 4.5~5평. 친구를 부르기도 집을 꾸미기도 어렵다.

A씨가 찾은 ‘내 집 마련’ 드림하우스.   사진=조현지 기자
“오늘 나의 ‘집 걱정’ 들어줄 대통령 찾습니다”

-정부에서 청년 대상으로 지원해주는 정책을 지원해봤는가?

정부라기보단 지난해 서울시의 청년월세지원사업이 큰 도움이 됐다. 지원사업 1기로 선정돼 월 20만원씩 월세 지원을 받았다. 딱 필요할 때 필요한 지원을 받았다. 매달 알바비 내는 월세가 부담스러웠는데 시에서 도움을 받아 부담을 덜 수 있다.

-정부의 추가지원이 필요했다고 느낀 부분은 없었는가?

올해 전세로 집을 구할 때 도움이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꼈다. 기업을 통해 대학생이 받을 수 있는 전세 대출한도가 8~9000만원이다. 근데 이 돈으로 서울 어디에 전세방을 구할 수 있겠는가. 반지하거나, 서울 변두리에 집을 구해야한다. 스스로 자본금을 모을 능력이 없는 학생들은 어디서 돈을 끌어와서 전세방을 구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전세 지원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주거상황이 취약했던 만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고위공직자들의 투기사태에서 특히 분노했을 것 같다. 어떤 느낌이었나?

사실 그냥 ‘돈 많은 사람은 다 그렇지’라는 생각이었다. 놀랍거나 분노하지 않았다. 다만 정부의 대응이 화를 돋웠다. 잘못한 사람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대충 수사를 뭉개고 넘어가려는 느낌이었다. “증거가 없었다”라는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내 집 마련의 꿈이 있는가? 이상적인 집의 형태를 묘사하자면?

‘내 집 마련’을 당연히 꿈꾼다. 계약이 끝나면 집을 옮겨야 하고, 이걸 계속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 암울하다. 한 곳에 정착하고 싶다. 근데 서울은 절대 불가능할 것 같다. 대출로 집을 산다 해도 갚을 능력도 안 될 것 같다. 4050세대가 되면 서울은 못해도 경기도에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기본주택 vs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청년원가주택

솔직히 두 후보의 공약이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나마 윤 후보의 정책이 현실적인 것 같다. ‘그나마’. 지난번에도 정부가 역세권 청년주택을 만든다고 하면서 지하철역 주변 호텔을 개조한 주택을 공급해 비판받지 않았는가? 또 일부만 혜택을 받아 불평등 문제도 나올 것 같다. 주택 공급도 중요하지만 지원적 측면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년에 취임하게 될 대통령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보증금 1000~3000만원 사이의 원룸을 부모 도움 없이 구할 수 있는 청년이 얼마나 될까? 월세 40~55만원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청년이 얼마나 될까? 특히 대학생으로 한정했을 때 그 비율은 현저히 떨어지지 않을까. 오늘 내가 사는 현실은 집걱정에 먹구름이 꼈다. 우리의 현실을 잘 듣고 잘 정책에 반영해주는 그런 대통령이 되어주길 바란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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