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흥망성쇠③] 하늘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명동 흥망성쇠③] 하늘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기사승인 2021-12-04 05:27:02
코로나19가 덮친 명동 상권   쿠키뉴스DB
명동의 공실률도 높아지고 있다   쿠키뉴스DB

[명동 흥망성쇠②]에서 이어짐.

명동의 빛은 돌아올까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명동 등 4대 관광특구에서 사용 가능한 ‘상권 회복 특별지원 상품권’ 발행을 시작했다. 국내 소비자들을 겨냥해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목적이다. 다만 내국인들이 정체성 잃은 명동을 찾을 것인지는 물음표다.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선 ‘명동은 중국 관광객이 찾는 중저가 상권’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다.

앞서 지난 5월 서울관광재단도 명동 등 관광특구 5곳을 대상으로 ‘서울 관광특구 상품권’을 발행했다. 가뭄의 단비가 되길 기대했지만, 정작 업주의 상품권 사용 거부, 사용처 위치 상이와 폐점, 사용처 소수 등 이용자 불만들이 속출했다. 총 발행량에 비해 예상만큼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왔다. 

30대 직장인 박씨는 “단지 쇼핑을 하러 가기에는 마땅히 구입할 것이 없고, 시간을 보내러 간다 해도 딱히 방문할 곳이 없는 것이 지금의 명동”이라면서 “요즘에는 코로나19로 거리가 더 횅해져서 업무라는 목적 말고는 찾은 적이 없고, 쇼핑과 여가를 위해서는 강남이나 홍대를 간다”라고 평했다. 

코로나만 끝나면 해결될까

전문가들은 내국인들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콘셉트의 명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이대로라면 상권의 지속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즐길 거리를 갖추는 것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를 이끌 요소가 없는데, 쿠폰과 같이 돈을 지급하는 방법은 예산만 흩어질 뿐”이라며 “화장품을 대신할 명동의 새로운 콘셉트를 무엇으로 잡을지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명동의 문화적 자산도 살리면서 신기술이 결합하는 한국적 공간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예컨대 카카오가 한국 문화를 토대로 한 메타버스 체험관을 명동에 낸다면 좋은 유입 요소가 될 것”이라며 “이처럼 기업들이 플래그십 매장과 곳곳에 즐길 거리를 배치하기 시작하면 상권도 거기에 맞춰 자연스레 형성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연말 텅빈 명동 거리    쿠키뉴스DB
입지 살려 2030 유입 힘써야

2030 젊은 소비자들을 늘릴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명동은 문화적, 입지적으로 많은 장점을 지닌 곳이다. 이를 십분 활용하면 돌파구를 마련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명동의 문화 콘텐츠 발굴에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고 이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임대차 보호법 등이 관건이겠지만, 단기 임차 같은 방식을 이용해 공실이 된 상가에서 대학생·청년들이 ‘스타트업’이나 ‘팝업스토어’를 열 수 있도록 해주자는 아이디어도 있다”라며 “명동은 입지가 좋아 수요도 많기 때문에 지자체, 상인회 도움을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 교수는 “개인 건물주 입장에선 상가를 닫는 게 나을 수도 있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 지역은 침체되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갈 수 있다”라며 “해외 관광객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인과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 나가야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명동 르네상스’는 오는가

이처럼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와도 높은 임대료에 가로 막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명동 상권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시가 공론의 장을 열고 명동의 임대료 유연화와 체질 개선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명동 상권은 시청까지 연결되는 거대 상권이다. 명동의 위기는 명동에만 국한된 위기가 아니다.

이 교수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같이 서울시가 나서 예산 배정 등 상권 활성화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면서 “슬럼가도 기획만 잘된다면 다시 도시로 살아나듯, 콘셉트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마 교수 역시 “지금 상태가 유지된다면 공실은 더 커질 수 있고, 명동의 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명동 흥망성쇠]를 마침. 

거리를 가득 메우던 음식 노점들도 모두 사라졌다   한전진 기자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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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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